ADVERTISEMENT

언론중재위까지 간 허경영-트럼프의 ‘엄지 척’ 사진 논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허경영씨가 지난해 12월 3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TV국민일보 유튜브 캡처]

허경영씨가 지난해 12월 31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라며 이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TV국민일보 유튜브 캡처]

17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허경영(69)씨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찍었다고 주장한 사진을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허씨는 18일 SBS ‘궁금한 이야기Y’를 상대로 제기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에 출석했다. 허씨는 지난 5월 자신에 관해 다룬 ‘궁금한 이야기Y’ 방송이 허위보도라며 언중위에 제소한 상태다.

이날 허씨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합성으로 보인다”는 방송 내용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방송에 출연한 사진영상학과 교수는 “트럼프 사진은 부드러운 조명이고, 허씨 사진은 정면에서 센 조명으로 촬영됐다”며 “비슷하게 하려고 했는데 합성한 사진”이라고 말했다. 필적감정 전문가 역시 “트럼프 사인 형태와 유사해 보이지만 한자씩 연결해서 봤을 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감정했다.

허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 백악관 대통령 특보가 ‘허경영이 와서 사진 찍은 게 사실’이라는 공증을 해서 보냈다.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작년 5월 5일 성조기를 양쪽에 세워놓고 둘이 사진을 찍었다. 우연히 만나 찍은 사진 아니다. 제대로 된 사진”이라고 덧붙였다.

허씨는 지난해 12월 31일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해당 사진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사진을 펼쳐 보이며 “북한과 핵문제 있을 때 트럼프가 초청해서 갔다”며 “트럼프 만났을 때가 한반도 전쟁한다는 설이 심했을 때”라고 말했다.

허씨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났다고 주장한 지난해 5월 5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 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해 5월 4일(현지시간) 북미정상회담 날짜와 장소가 정해졌다고 처음 밝혔다. 또 다음날인 5일에는 “회담 장소 문제는 완료했고, 날짜 결정도 마쳤다. 매우 특별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조지 부시 대통령 사진으로 징역형

허경영씨의 17대 대선 공보.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허경영씨의 17대 대선 공보.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17대 대선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허씨는 지난 2008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허씨는 2007년 9월 대선 당시 “대통령이 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결혼하기로 했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취임 만찬에 한국 대표로 참석했으며 이병철 삼성 회장의 양자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역을 역임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허씨는 대통령 후보 공보에 부시 대통령과 함께 있는 사진을 싣고 “부시 대통령의 당선 축하파티에 초청된 허경영. 이때 허경영은 유엔본부를 한국으로 가져와야 한국 안보가 해결된다고 하여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있는 듯한 사진을 싣기도 했다.

하지만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의 양자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역을 역임했다는 그의 주장은 거짓이었고, 부시 대통령과 함께 찍었다는 사진은 합성으로 밝혀졌다. 당시 재판부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냉소를 심어준 데다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어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허씨는 20대 대통령 출마를 염두에 두는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사진을 위조할 리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우리 지지자들 1000명이 모여 언중위 앞이 난리가 났다”며 “내년 총선에서 국회의원 100명 당선을 목표로 국가혁명당을 만들고 있다. 다음 대통령 나올 사람이 미국 대통령 사진을 위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허씨는 2018년 피선거권이 복권됐으며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이와 관련 SBS 측은 “허씨 측 이야기 들어보면 알겠지만,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허씨 주장을 반박할 소명 자료를 언중위에 제출했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