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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꼬부랑 할머니, 척추 내시경 치료 받고 꼿꼿이 걸어가시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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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진화하는 척추 질환 치료 중증 척추관협착증을 10년째 앓던 주영순(가명·74·경기도 용인시)씨는 척추 내시경 치료 후 삶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젠 꼬부랑 할머니처럼 굽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혼자 걷는다. 주씨는 2개월 전 눌린 척추 신경을 풀어주는 척추 내시경 치료를 받고 재활치료 중이다. 치료 전에는 5~10분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허리가 아파 한 번씩 쉬었다 걸어야 했다. 통증이 심해지면서 하루 대부분을 집 안에 갇혀 있다시피 지내는 날이 많았다. 척추 내시경 치료 후에는 아프지 않아 동네를 산책하면서 일상을 즐기면서 지낸다.

분당 서울나우병원 안진우 원장(왼쪽)은 기존에는 수술만 가능했던 척추 질환도 척추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프리랜서 김동하

분당 서울나우병원 안진우 원장(왼쪽)은 기존에는 수술만 가능했던 척추 질환도 척추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프리랜서 김동하

허리 통증은 고령층의 고질병이다. 퇴행성 변화로 목부터 허리, 엉덩이로 이어지는 척추에 문제가 생겨 신경을 압박하는 것이 원인이다. 약물·물리 치료만으로는 지긋지긋한 통증을 없애는 것에 한계가 있다. 중증인 상태에서 보존적 치료만 반복하면 척추 신경이 손상되는 범위가 점차 넓어진다. 보행이 어려워지고 배뇨장애가 나타나면서 삶의 질이 뚝 떨어진다.

허리에 미세한 구멍 한두 개 뚫어 #현미경보다 화질 40배 내시경 #통증 유발하는 원인만 골라 제거

치료 후 6시간 지나면 혼자 걸을 수 있어

그렇다고 수술이 능사는 아니다. 수술은 제2의 외상이다. 통증을 유발하는 병든 조직을 제거하기 위해 피부·근육을 넓게 절개한 다음 벌리면서 신체 내부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는 셈이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한 것이 척추 내시경 치료다. 국소마취 후 허리에 평균 0.7㎝의 작은 구멍을 한두 개 뚫은 뒤 척추 내시경을 이용해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을 직접 제거한다. 분당 서울나우병원 척추센터에서 척추 내시경 치료를 발 빠르게 도입한 배경이다. 기존 표준 수술과 치료 효과는 동일하면서 환자에게 미치는 신체적 영향을 최소화한다.

척추 내시경 치료의 장점은 세 가지다. 첫째, 치료 정밀성이 높다. 아픈 곳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촬영한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치료한다. 기존 현미경으로 병변을 확대한 이미지보다 40배가량 화질·선명도가 우수하다. 정상 조직과 병변을 세밀하게 구분할 수 있다. 노화로 딱딱하게 변해 통증을 유발하는 디스크·인대만 골라 제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자기공명영상촬영(MRI)으로도 잡아내지 못했던 부위를 확인해 치료할 수 있다.

둘째, 척추 안정성이 높다. 척추 내시경 치료는 척추 신경을 압박하는 요소만 선별해 제거한다. 척추 본연의 구조를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기존에는 양쪽 척추 신경이 광범위하게 눌린 중증인 경우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척추뼈를 일부 제거하고 가운데로 접근해 치료했다. 통증은 완화됐지만 척추가 불안정해져 4~6개의 나사못으로 고정해야 한다. 문제는 퇴행성 변화다. 나사못을 박은 위쪽 척추에 압력이 쌓이면서 통증이 다시 생긴다.

셋째, 일상생활 복귀가 빠르다. 척추 내시경 치료는 피부를 절개하는 범위가 작다. 내시경이 진입하는 데 필요한 크기의 공간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법인 수술은 5~10㎝, 현미경을 이용한 방식도 2.5㎝ 정도 절개해야 한다. 불필요한 처치를 최소화해 근육·혈관 등 정상적인 신체 조직을 보호한다. 몸이 회복하는 속도가 빠르다. 척추 내시경 치료 후 6시간 정도 지나면 혼자 보행이 가능하다. 입원 기간 역시 1박2일로 짧다. 신체적 부담이 적어 고령이나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도 치료가 가능하다.

병변 좁으면 단방향, 넓으면 양방향 사용

분당 서울나우병원은 척추 내시경 치료의 숨은 강자다. 양방향·단방향 등 여러 종류의 척추 내시경을 갖추고 있다. 척추 내시경은 가장 최신의 의료 기술이다. 작은 움직임으로 최대한의 치료 효율을 끌어내야 한다. 개인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척추 내시경이 다른 이유다. 새로 출시한 스마트폰의 기능을 완벽하게 숙지하는 사람이 드문 것처럼 다양한 종류의 척추 내시경을 모두 사용하는 의료진은 국내에 많지 않다. 분당 서울나우병원 안진우 원장은 “똑같아 보이는 척추 내시경이지만 삽입하는 위치, 각도, 시술 방식, 내시경 종류에 따라 치료 가능한 척추 질환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척추 내시경으로 치료 가능한 척추 질환의 범위가 넓다는 의미다. 분당 서울나우병원에서는 재발하거나 터진 디스크 등 기존에는 수술로만 치료했던 척추 질환도 이젠 내시경을 이용해 해결한다.

그렇다면 어떤 척추 내시경으로 치료를 받아야 할까. 이를 나누는 기준은 중증도다. 주관적으로 체감하는 통증이 얼마나 심한지, 다리 저림 같은 증상으로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로 불편한지, 척추 신경이 얼마나 많이 눌려 있는지, 어떤 부위가 아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치료해야 할 범위가 좁고 증상이 가볍다면 내시경 카메라와 치료 도구가 한곳에 모여 있는 단방향 내시경을 추천한다. 내시경의 굵기가 상대적으로 얇아 신체적 부담을 더 줄일 수 있다. 다만 치료 도구도 작아져 단단한 병변은 제거하기 힘들다. 병변이 크고 넓은 상태라면 내시경 카메라와 치료 도구를 각각 넣는 양방향 내시경으로 치료한다. 레이저는 물론 포셉·드릴·펀칭·오스테오톰 등 크기·모양이 다양한 치료 도구를 넣었다가 뺄 수 있어 정밀한 치료가 가능하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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