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오후 북유럽 3개국 순방에서 돌아온 직후 곧장 고(故) 이희호 여사가 머물던 서울 동교동 사저를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군 1호기가 성남 서울공항에 착륙한 직후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당 지도부와 청와대 주요 참모들의 환영을 받은 뒤 곧장 대기하던 차량을 타고 동교동 사저로 향했다. 그는 순방 중이던 지난 10일 추모 메시지에서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평화를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가 늘 응원해 주시리라 믿는다”며 “순방을 마치고 바로 뵙겠다”고 했었다. 현지에서 이낙연 국무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공동 장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조문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는 이 여사의 영정에 큰 절을 올리며 고인에게 예를 갖췄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홍업 전 의원과 삼남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등에게 “나라의 큰 어른을 잃었다”며 깊은 슬픔을 전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특별히 신경을 써주셔서 마지막까지 잘 모실 수 있었다”며 “정말 많은 국민들이 빈소를 찾아주셔서 마지막 가시는 길이 외롭지 않으셨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재차 “한반도 평화의 역사는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시작됐고 그 곁에는 늘 여사가 계셨다. 계시는 것만으로도 중심이 되어주셨다”며 아쉬움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성운동가로서의 고 이희호 여사의 역할을 평가하며 “그 분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잘 이어나가겠다”고도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이 수행했다.
문 대통령은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를 마친 뒤 국회 상황에 대해서도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순방 전 여야 5당 대표들과의 청와대 회동을 비롯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별도 회동을 동시에 열 것을 공개 제안했지만, 한국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않았다.
한편 문 대통령은 6·25 발발일을 앞둔 21일 보수 성향인 자유총연맹 임원진을 청와대로 초청한 오찬 간담회를 한다. 자유총연맹은 1954년부터 이어져온 ‘아시아민족 반공연맹’에 뿌리를 둔 대표적 보수단체다. 문 대통령과 경희대 동창으로 절친한 관계인 박종환 현 총재는 지난해 취임하며 “완전한 정치 중립을 지키겠다”고 선언한 뒤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환영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