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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의 두 참사|최정화<외대 통역대학원 교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세상이 참으로 어지럽다. 남북문제·노사문제·노점상 철거 등 계속되는 정치·경제·사회적 갈등으로 인해 가뜩이나 어수선한 시국에 집중호우, 태풍상륙, 국내외에서의 비행기·헬기 추락사고까지 일어나 가히 문자 그대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돼버렸다.
우연히도 같은 날 일어난 트리폴리행 비행기추락사고와 울릉도관광헬기의 추락사고는 답답한 우리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해주고 있다.
거의 동시에 일어난 두 참사의 희생자가 아이러니컬하게도 생업일선으로 향하는 근로자들과 여유 있는 관광객이라는 묘한 격차가 가뜩이나 계층간의 갈등으로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다시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충격적인 사고소식에 접한 후 나타난 사람들의 반응은 실로 각양각색이었다. 『평소 부부사이가 좋지 않았는데 남편이 죽었다면 남아있는 부인은 1억원까지 보상금을 받게됐으니 횡재했겠다』느니 『돈깨나 있는 사람들이 헬기까지 타봤으니 억울한 것은 없겠다』느니 하는 식의 농담조의 말초적인 반응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우리는 모두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가지고 산다. 그 삶이 어떤 것이든 생명은 그 자체로서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귀한 생명」보다는 「물질」로 참변을 판단하려는 의식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보상금이 많다 적다거나, 가진 자나 없는 자라는 이분법적 사고보다 사망하는 이들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마음에서 우러나는 따뜻한 위로를 하는데 인색하지 말아야겠다.
날이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우리 사회에 서로가 베풀고 위로하려는 자세야말로 지금의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현재 우리가 겪고있는 여러 어려움은 비록 그 표출 양상은 다르지만 많은 원인이 그동안 사회에 뿌리박힌 계층간의 갈등 때문이다.
가진 자와 없는 자들의 대결보다 훈훈한 인정이 오가는 사회, 이를 바탕으로 국민이 결속할 수 있다면 현재의 어려움을 상당부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새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가슴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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