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언론 “대미 투항론자, 큰길 건너는 쥐로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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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되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본격 거론하고 있다. 9일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4일과 5일 희토류 규제 기관과 업계 관계자들을 세 차례나 불러 희토류 수출 규제 관련 회의를 가졌다. 중국의 거시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NDRC의 이런 행보는 이례적이다.

안팎으로 전열 다지는 중국 #투항파에 경고, 중국 내분 자인 #희토류 회의 3번, 수출 16% 줄여 #미국 압박 위해 무기화 가능성

글로벌타임스는 이 자리에선 희토류 불법 채굴 문제와 수출 통제 강화 등이 논의됐는데 실제로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를 어떻게 보복 카드로 활용할 것인지가 협의됐다고 전했다. NDRC는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략적 자원으로서의 희토류의 특별한 가치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효과적인 조치를 발표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이 같은 조치는 모두 중국의 희토류 생산 감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희토류 생산을 줄이고 수출도 감축해 결과적으로 희토류를 무기화해 미국행을 어렵게 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희토류 전문가 우천후이도 “중국이 수출한 희토류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뒤 이를 갖고 중국의 발전을 막으려는 나라를 겨냥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중국 세관총서가 10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5월 희토류 수출은 3640t으로 4월대비 16%포인트 하락했다. 또 1월부터 5월까지의 희토류 수출은 1만9265.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포인트 줄었다. 중국 인민일보 등은 이 사실을 부각시켜 보도하고 있어 중국이 이미 미국을 상대로 희토류 보복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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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중국 관영 언론은 공개적으로 중국 내 대미 투항론자가 있다며 이들을 향해 과격한 경고문을 띄우고 있다. 현 정부의 대미 강경책에 대해 반대를 넘어 비난하는 목소리가 중국 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지난 7일 중국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가 운영하는 신화망(新華網)에 왕핑(王平)이란 필자 명의의 칼럼이 실렸다. 제목은 “투항론자는 ‘큰길 건너는 쥐(過街老鼠)가 되게 만들어야 한다”. ‘큰길 건너는 쥐’는 뭇사람에 의해 손가락질과 배척을 받는 사람을 뜻한다. 왕핑은 “곱사병에 걸려 민족의 기개를 잃은 일부 사람이 ‘중국이 열세에 처했으니 타협해야 한다’는 투항론으로 민심을 교란한다”고 질타했다.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의 총편집 후시진(胡錫進)도 8일 “양보론이나 투항론으로 중국의 대미 태도를 주도하려는 건 황당무계한 것”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해 중국 내 의견 대립이 적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후시진은 “미국과 관계가 좋은 나라, 즉 한국과 싱가포르는 잘살고, 미국과 사이가 나쁜 나라, 즉 이란과 북한·베네수엘라는 다 못산다”는 말은 근거가 없다며 “이런 논리로 중국의 대미 태도를 주도하려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콩의 정치 평론가 쑨자예(孫嘉業)는 10일 “중국 관영 매체가 마침내 그 창끝을 내부로 돌리기 시작했다”며 “그 창끝이 겨누는 건 인터넷상의 유명 블로거 정도가 아니라 더 큰 목표, 아마도 중국 지도부 내 투항파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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