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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년전 침몰 경비정 찾았는데···"인양 못한다"는 해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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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인 지난 6일 속초시 장사동 속초해경충혼탑을 찾은 침몰 경비정 72정의 순직 경찰관과 전투경찰 유가족들이 윤병두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에게 함정의 조속한 인양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충일인 지난 6일 속초시 장사동 속초해경충혼탑을 찾은 침몰 경비정 72정의 순직 경찰관과 전투경찰 유가족들이 윤병두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에게 함정의 조속한 인양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경이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서 39년 전 침몰한 속초 해경 경비정 72정을 지난 4월 찾았지만 두 달 넘게 인양하지 않자 유가족이 반발하고 있다. 72정 유가족 20여명은 지난 6일 속초시 장사동 속초 해경 충혼탑에서 윤병두 동해지방해양경찰청장을 만나 함정을 조속히 인양해달라고 요구했다.

80년 고성서 침몰한 경비정 지난 4월 발견 #해경, “두달 지났는데 돈 없어 인양 못해” #유가족 “인양 안해주면 정부와 투쟁”

이 자리에서 유가족은 함정을 찾아놓고서도 아직 이를 인양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윤 청장은 “함정을 인양하는 데 필요한 예산이 아직 확보되지 않아 작업을 못 하고 있다”며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답변했다.

72정 유가족들은 이날 함정 인양이 늦어지는 것에 항의하는 의미로 해마다 참석해온 속초해양경찰서 현충일 추념식에는 불참했다. 유가족들은 대신 거진항으로 이동해 자체 추념식을 개최했다. 조병주 72정 유가족 대표는 “배를 찾아놓고도 국가가 인양하겠다는 말을 안 하니 행사 참여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불참 이유를 밝혔다.

이어 조 대표는 “헝가리 사고는 관광 중 발생한 사고였음에도 장관이 가는 등 국가에서 난리를 치는데, 나라를 위해 순직한 72함정은 찾아놓고도 예산 타령하며 인양을 안 해주니 이해할 수 없다”며 “우리는 인양이 목적이고 배를 안 찾아주면 정부하고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가족은 함정 인양계획을 조속히 유가족에게 통보하고 투명하게 진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39년 전 고성 앞바다에서 침몰한 속초해경 경비정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의 개인화기 가림막 부분[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39년 전 고성 앞바다에서 침몰한 속초해경 경비정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의 개인화기 가림막 부분[사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속초 해경 60t급 경비정인 72정을 찾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은 지난해 6월 27일 유가족과 협의해 침몰한 72정을 찾기 위한 탐색 장비 등을 지원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꾸준하게 72정 선체 탐색과 인양을 요구했던 유족들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환영했다. 38년 넘게 바닷속에 방치된 가족의 유골이라도 수습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뒤 해경은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72정 탐색 계획을 없던 일로 하기로 한 것이다. 해경은 침몰한 72정의 사고 조사와 순직자 예우가 완료된 상태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어렵다며 탐색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관공선과 민간어선 등과의 형평성 문제도 탐색할 수 없는 이유로 제시했다.

72정 인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이어지자 해경은 지난해 11월 국가의 책무를 다하겠다며 정밀 탐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해경은 지난 3월부터 경비정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역을 중심으로 해경 잠수 지원함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이어도 호를 투입해 탐사했다. 그리고 지난 4월 2일 72정이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북쪽으로 1㎞ 정도 떨어진 곳의 수심 100여m 해저에서 72정으로 추정되는 선체를 찾았다.

72정은 1980년 1월 23일 오전 5시 20분쯤 강원도 고성군 거진 앞바다 2.5마일 해역에서 같은 해경 소속인 200톤급 207함과 충돌했다. 이 사고로 72정에 타고 있던 경찰관 9명과 의무전투 경찰 8명 등 승조원 17명이 실종됐다.

강원=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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