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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민심 달래려고…민주당, 공공기관 이전 카드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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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열 손가락 중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마음이 더 쓰이는 손가락은 있을 수 있다. 총선을 10개월여 앞둔 더불어민주당에 마음이 더 쓰이는 손가락은 PK(부산·울산·경남)다. 민주당에게 PK는 내년 총선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민주당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PK에 끊임없이 구애했지만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다가 2016년 총선에서 마침내 거점 지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고, 여세를 몰아 2018년 지방선거에선 기존의 PK 맹주였던 자유한국당을 밀어내고 대승을 거뒀다. 그랬던 PK 민심이 최근 민주당에 등을 돌리는 조짐이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내년 총선 명운 가를 요충지 #한국당과 지지율 격차 좁혀져 #윤호중 총장 “공약으로 검토”

민주당은 5일 국회에서 이해찬 대표 주재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당에서 실시한 부산·울산 지역 민심에 대한 집단 심층 면접(FGI) 결과를 공유했다. FGI는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소수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통해 민심을 파악하는 조사 방법이다. 최고위엔 이인영 원내대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을 비롯해 최고위원들과 부산·울산 지역구 의원들이 참석했다. 경남 지역 민심에 대한 FGI는 조사를 위한 시간 부족 등의 이유로 조만간 실시하기로 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부산·울산 지역 주민들은 지역 경제 침체를 이유로 FGI 조사에서 정부·여당에 상당한 불만을 털어놨다고 한다. PK 남동권 벨트의 조선·자동차·기계 산업은 현재 침체를 겪고 있다. 한 참석자는 “내년 총선에서 PK 지역은 경제 이슈가 대두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인식을 참석자들이 공유했고, 당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는 “실제보다 더 경제가 어렵다는 허위 조작 정보가 너무 범람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특정 지역의 민심을 파악하기 위해 이런 회의를 여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당이 PK 민심을 심상치 않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여론조사 업체인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해 6월 14일 PK의 민주당 지지율은 55%로 자유한국당(20%)을 압도적으로 앞섰다. 하지만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달 28~30일 조사에선 민주당 35%, 한국당 32%로 격차가 좁혀졌다. 현장에서 느끼는 위기감은 여론 조사 이상이다.(※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당은 이미 황교안 대표가 민생 투쟁 대장정을 PK에서 시작하는 등 PK 공략을 시작했다. 부산 지역의 한 민주당 의원은 “PK는 애초부터 보수색이 강한 지역이다. 한국당에 다시 뺏기면 다시 가져오기 힘들다. 특히 부산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기반이기 때문에 전략적 의미 이상의 상징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내년 총선을 앞두고 PK를 위한 경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제안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비공개 최고위에선 특히 공공기관 이전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졌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부산에 있는 한 금융 공공기관이 전체 채용 인원 중 부산 출신 인재를 약 40% 채용한다. 지역 입장에서 보면 공공기관 수요는 대단하다. 그런 요구가 최고위에서 있었고, 당 대표도 적극적으로 검토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PK로 금융 공공기관 등을 이전한다는 공약이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윤호중 사무총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내년 총선 공약으로 내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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