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프랑스는 우리 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프랑스-이탈리아의 독일 월드컵 결승전을 하루 앞둔 9일(한국시간) 인도 푸리의 해변에서 한 조각가가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左)과 이탈리아의 파비오 칸나바로의 얼굴을 새긴 모래 조형물을 만들었다. [푸리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는 우리 팀."

10일 오전 3시(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프랑스-이탈리아의 결승전에서 중동.이슬람권은 프랑스를 열렬하게 응원했다.

프랑스 이슬람연합회의 라즈 사미 브레즈 회장은 9일 "우리는 프랑스 대표팀에서 뛰는 무슬림(이슬람 신자) 선수들을 자랑스러워 한다"며 "전 세계 무슬림은 프랑스가 우승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대표팀의 간판스타 지네딘 지단과 프랑크 리베리가 무슬림이다. 지단은 부모가 알제리에서 이민온 무슬림이며, 리베리는 프랑스 혈통이지만 모로코 여성과 결혼하면서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스위스전에서 두 손을 가슴까지 올리고 알라에게 기도하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많은 이슬람권 축구팬의 가슴을 사로잡았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온라인닷컴 등 범아랍 이슬람뉴스 사이트들도 9일 일제히 프랑스에 대한 공식 응원을 선언했다. 월드컵 관련 기사에는 "프랑스 이겨라"를 외치는 댓글이 수없이 올라왔다. 중동권 언론도 '월드컵과 이슬람' '지단과 리베리' 등 관련 기사를 집중적으로 게재했다. 범아랍 일간 알하야트는 "약 15억 무슬림이 프랑스 주장 지단이 우승컵을 높이 드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1996년 유럽선수권부터 두각을 나타내면서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우승을 이끈 지단은 유럽 무슬림들에게는 "거의 신과 가까운 존재"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알제리 출신인 그가 유럽에 사는 무슬림들의 설움을 없애주고 희망을 주는 인물이라는 평은 이미 수없이 나왔다.

새롭게 중동 팬의 사랑을 독차지한 선수는 리베리다. 리베리에 대한 시선은 특히 따뜻하다. 무표정한 얼굴에 큰 상처까지 있지만 열심히 뛰는 리베리를 보면서 유럽의 무슬림들은 자신의 모습을 찾는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