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RBM 시험발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핵 보유국인 '남아시아의 맹주' 인도가 9일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까지 도달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사상 첫 시험 발사했다.

인도의 최대 일간지인 타임 오브 인디아는 인도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오전 11시5분(현지시간) 벵골만에 접한 동부 오리사 주(州) 휠러 섬의 미사일 기지에서 IRBM 아그니(인도신화에서 불의 신이란 뜻)3호를 시험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아그니 3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돼 벵골만의 안다만 니코바르 제도 부근 해상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인도 국방개발연구기구(NRDO)가 제작한 이 미사일은 핵 탄두를 포함해 1000㎏ 무게의 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는 4000㎞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는 그동안 사거리 1500㎞ 미만의 단거리 미사일만 시험 발사해 왔다. 사정거리 4000㎞는 중국의 경제 중심 도시인 상하이.광저우.선전시뿐 아니라 수도인 베이징까지 직접 위협할 수 있는 거리다.

◆ 파장=인도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대포동 2호와 노동.스커드 미사일 등 7기를 시험 발사(5일)한 지 4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에 이어 인도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국제사회에 미사일 개발 및 발사 경쟁이 촉발되는 양상이다. 인도 NRDO의 나트라잔 소장은 "(핵 보유국인 인도가)이번 시험 발사로 3000㎞ 이상까지 핵탄두를 도달시킬 능력을 확인함에 따라 인도는 '핵무기 보유 국가'로 공인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인도의 IRBM 사정권에 들어간 중국 정부는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인도의 미사일 발사 소식을 긴급 뉴스로 타전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했다.

인도의 케이블뉴스 채널인 CNN-IBN은 "미국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사실상 '묵인'했다"고 보도함에 따라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유엔의 제재를 추진 중인 미국의 '이중 잣대'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3월 인도를 방문해 핵 협정을 맺는 등 중국을 견제할 전략적 파트너로 인도를 지원해 왔다.

◆ IRBM=Intermediate Range Ballistic Missile의 첫글자를 따서 만든 약자. 핵탄두를 비롯한 전략 무기 운반에 사용되는 사거리 3000~5000㎞의 탄도 미사일. 5000㎞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사거리는 짧지만 발사 원리는 비슷하다. 중국은 현재 30~40기의 IRBM을 실전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