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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도 경기 버스 총파업 위기?…요금 인상분 활용 놓고 노사 갈등

중앙일보

입력

경기지역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A씨(48)는 요즘 고민이 많다. 오는 7월 시행되는 주 52시간제 때문이다. 추가 근무를 할 수 없게 되면 그만큼 수당이 줄어든다.
A씨는 "주 52시간이 도입되면 당장 월급의 80만원 정도가 줄어든다"며 "정부와 경기도가 이에 대한 대책으로 버스비를 인상한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것도 9월부터 가능한 데다 인상분이 전부 기사의 처우 개선에 쓰일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2018년 9월 20일 경기 수원시가 설치했던 버스 파업 안내 현수막. 당시 파업 예고 시간 직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 수원시]

2018년 9월 20일 경기 수원시가 설치했던 버스 파업 안내 현수막. 당시 파업 예고 시간 직전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돼 파업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진 수원시]

일단락된 듯했던 버스 파업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도가 요금 인상 방침을 내놨지만, 인상분의 쓰임을 놓고 노사의 입장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4일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경기지역자동차노동조합(노조)에 따르면 도내 300인 이상 버스업체 22곳의 노조 대부분이 사측에 단체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이 중 14곳은 임금 협상에 돌입했고 나머지도 곧 협상에 돌입한다.
쟁점은 주 52시간 도입에 따른 인력 확충과 임금 보전이다.
정부가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를 제외하면서 현재 주 68시간이던 버스 운전자들의 근로시간이 다음 달부터 52시간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에 따라 도내 버스업체는 2250~3862명의 추가 운전사를 확보해야 한다. 노조는 근무시간이 줄어 월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다.

이로 인해 도내 2185개 버스노선 중 일부가 단축·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도 버스정책과가 도내 31개 시·군을 오가는 버스업체들의 계획서를 집계한 결과 50여 개 노선이 폐지되고 300여 개 노선이 단축·조정될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인력 충원" VS "임금 보전"

결국 정부와 경기도는 9월부터 시내버스와 광역버스 요금을 각각 200원, 400원 올리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노사 간 입장차는 여전하다. 버스 요금 인상분을 운전기사 처우 개선을 위해 써야 한다는 노조와 달리 사층은 인력 충원과 기존 적자로 인한 손실 보전 등에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노조는 "주 52시간 근무가 도입되면 초과근무를 할 수 없어 임금이 큰 폭으로 줄어드는 만큼 임금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버스회사들은 "1일 2교대로 근무방식을 바꿔야 해 운수 노동자를 추가로 고용해야 한다"면서 지자체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시민들도 "버스 요금 인상 말고는 방법이 없는 것이냐. 버스 문제에서 왜 시민들의 의견은 배제되느냐"고 반문한다.

노선 입찰제에 노조 "고용 승계" 주장 

여기에 경기도가 노선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새 경기 준공영제'(노선 입찰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자체가 공개입찰 방식으로 버스 노선 사업자를 선정해 최대 6년 주기로 맡기는 내용이다. 대상은 신도시 신설노선과 일부 업체가 반납한 16개 노선으로 경기도는 8월 중 시범 사업에 참여할 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그러나 노조 측은 "6년 주기로 노선 사업자가 바뀌면 해당 노선을 운행하는 버스 운전사의 고용 승계 문제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입찰 가격을 낮게 써낸 업체의 경우 그로 인한 운송원가 부담을 운전사들의 인건비를 깎거나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채울 수 있다"며 "시범사업 실시 이전에 고용 승계 등 노동자의 처우 문제에 대한 명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3일 수원시가 연 ‘버스업종 노사상생 간담회’ [사진 수원시]

지난 5월 3일 수원시가 연 ‘버스업종 노사상생 간담회’ [사진 수원시]

버스 문제로 논란이 잇따르자 경기도 수원시는 오는 11일 오후 7시부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버스 대토론 10대 100'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염태영 수원시장과 정부·경기도·수원시·버스회사·노조·시민단체 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패널 10명과 시민 패널 100명이 버스 문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버스 노사는 물론 정부와 경기도 관계자 등이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한 버스 문제에 의견을 밝힐 예정이다.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카카오톡 오픈 채팅' 등으로 실시간으로 질문을 받을 예정이다.
수원시는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시민 의견을 정리해 국무총리에게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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