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공예의 본질은 '쓰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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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청주국제공예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이승렬(27)씨의 수상작은 안경이다. 은을 주요 소재로 해 '작은 얼굴용' '코걸이용' '자유형' 등 4개 연작을 선보여 심사위원들로부터 '공예의 본질적 의미인 쓰임의 철학을 완벽히 반영한 작품''산업디자인의 견본으로 삼을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칭찬을 들었다.

조형미를 강조하며 순수 미술품으로 흐르는 현대 한국 공예의 흐름을 거스르는 이씨 출품작은 공예 본연의 가치인 기능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2일 청주시 사직 1동 청주예술의전당에서 막을 올리는 '2003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쓰임[用]'을 주제로 내세운 까닭도 이런 공예계의 현실을 돌아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최공호 전시 총감독은 "작가적 허위의식과 일부 교육집단의 배타적 카르텔을 통해 공예의 본질적 가치가 심각하게 왜곡되어 왔다" 며 "이번 비엔날레는 '방황하고 있는' 한국 공예에 새로운 깨달음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유럽.북미.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 42개 나라의 공예인들이 참가한 올 비엔날레는 공예의 쓰임을 재발견하기 위해 국제공모전과 초대작가전 외에'생활공예명품전' '거리공예 프로젝트' '국제공예산업교류전' 등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마련했다.

특히 '생활공예명품전'은 한 가족을 모델로 내세워 노년.장년.청년.유소년의 삶의 방식(라이프 스타일)을 바탕으로 7개의 생활공간을 꾸민 뒤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수공예 명품을 배치해 공예품이 변화시키는 공간의 감성을 보여준다.

청주 시내 곳곳에 설치될 '거리 가구'는 메마른 현대 도시를 감싸안는 공예의 힘을 느끼게 한다. 19일까지. 043-277-2503(www.cheongjubiennale.or.kr).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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