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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후부터 자사고 존폐 결정, 상산고 학생들 청와대 편지 전달

중앙일보

입력

지난 4월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과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평가지표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과 학부모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사고 평가지표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음달 중순부터 전북 상산고를 시작으로 자율형사립고의 재지정 평가 결과가 공개된다. 각 교육청은 평가기준에 미달한 자사고의 경우 교육부에 폐지를 건의할 계획이다. 교육부 장관이 최종 승인하면 해당 자사고는 일반고로 전환된다. 그러나 자사고 측은 교육청의 평가기준이 불합리하다며 소송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종훈 상산고 교감은 30일 “지난번 자사고 평가 때는 기준이 60점이었는데 갑자기 80점으로 올린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다른 지역은 70점인데 전북만 더 높은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자사고가 잘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려는 게 아니라 ‘자사고 폐지’라는 목표를 정해 놓고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학교 측과 학생, 학부모의 반발이 크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자사고 폐지’는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의 주요 공약이었다. 진보 교육감이 주축이 된 시도 교육청들도 대부분 ‘자사고 폐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2017년 당시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3단계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자사고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학교 간 서열을 만드는 체제가 가중되다 보니 지금의 여러 가지 불만, 서열화가 이뤄졌다. 크게 잘못된 상황이다”며 “외고·자사고·국제고는 취지와 다르게 변질해왔고 이것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1단계는 자사고·일반고의 모집 시기를 일원화해 우수 학생 선점을 막는 것으로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현재는 2단계로 자사고 평가기준을 강화해 점수가 낮은 학교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 3단계는 고교체제를 완전히 개편해 자사고 제도 자체를 폐기하는 것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자사고 측은 정부와 교육청의 이 같은 방침에 반기를 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한두 달 먼저 학생을 선발하는 우선선발권을 박탈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해 합헌으로 결정했다. 9명의 재판관 중 5명만 위헌 입장을 밝혀 위헌 정족수(6명)를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자사고 측은 여전히 교육청의 재지정 평가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자율형사립고학교장연합회에 따르면 서울교육청의 기준에 따라 모의평가를 했더니 올해 대상인 13개 자사고 모두 통과를 하지 못했다. 연합회 측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일제 강점기에나 가능했던 사학 말살 정책이 21세기 대한민국 수도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정치 논리를 앞세워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교육당국의 어처구니없는 반교육적 처사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학교 측과 교육청·교육부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학생·학부모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29일 상산고 학생과 학부모 등 6명은 청와대를 방문해 공정한 자사고 평가를 요구하며 학생들이 직접 쓴 편지 396통을 전달했다. 김정윤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대통령께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폐지돼야 할 ‘교육적폐’인지는 정치적인 논쟁사항이다, 다만 우리는 평가 기회와 과정이 평등해야 함을 주장한다”고 밝혔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인 자사고는 전체 42곳 중 24개교다. 하나고(서울), 민족사관고(강원), 포항제철고(경북) 등 각 지역 명문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다. 이 학교들에 대한 평가 결과는 6~7월 중 발표된다. 그러나 당초 계획대로 자사고 제도가 완전히 폐지(3단계)될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정부의 3기 신도시 건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처럼 자사고 학부모들의 반대 또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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