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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희귀질환은 어색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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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지난 23일은 ‘희귀질환극복의날’이었다. 희귀질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희귀질환의 예방·치료 및 관리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라고 한다. 올해가 3회째로 질병관리본부 등 관련 기관과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기념식과 함께 학술 심포지엄이 열렸다. 공익 캠페인으로 ‘착한 걸음 6분 걷기’ 행사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행사 소식을 접하면서 ‘희귀질환’이란 용어가 다소 어색하게 다가온다. ‘희귀(稀貴)’는 드물 희(稀)와 귀할 귀(貴)자로 구성된 한자어다. 글자 그대로 드물어서 귀함을 뜻한다. 희귀 금속, 희귀 우표, 희귀 동전 등을 생각하면 의미가 바로 와 닿는다. 양이 적어서 귀한 대접을 받는 것들이다.

요즘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관련해 종종 언급되는 희토류 역시 희귀 광물이라 할 수 있다. 첨단제품 제조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을 막으면 큰 피해가 우려된다.

이처럼 ‘희귀’는 드물어서 귀하게 대접받는 것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희귀질환’이란 말은 의미가 잘 통하지 않는다. 드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귀하게 대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말이 ‘희소질환’이다. ‘희소(稀少)’는 매우 드물고 적음을 뜻한다. 어떤 현상의 많고 적음만을 나타내는 가치중립적 단어다. 희소물자·희소가치 등처럼 쓰인다. 따라서 드물게 발견되는 질환이라면 ‘희소질환’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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