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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열어도 몰라" 종로 한복판 120억 필로폰 제조 어떻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종로구의 호텔 방 안에서 120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제조한 중국인 등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종로구 호텔방서 30시간만에 120억원어치 필로폰 제조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 국제범죄수사3대는 필로폰을 직접 제조한 혐의를 받는 20대 중국인 A씨와 필로폰 제조 도구와 자금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 40대 대만인 B씨를 지난 7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고 28일 밝혔다.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필로폰을 투약한 B씨의 친구 40대 대만인 C씨는 불구속 상태로 함께 송치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편광현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3대. 편광현 기자

A씨는 지난달 14일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화교인 B씨에게 원료와 자금을 공급받은 뒤 종로구의 한 호텔 객실에 13일간 투숙하며 필로폰을 제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체포된 호텔 객실에서는 12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양인 필로폰 완성품 3.6kg과 제조에 사용된 도구 그리고 필로폰 제조 대가로 받은 현금 2300여만원이 발견됐다.

서울 시내 한복판인 종로구에서 마약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A씨가 사용한 새로운 필로폰 제조공법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필로폰은 제조 시 특유의 냄새가 나고 제조 기간이 3~4일 이상 걸려 주로 사람이 없는 변두리에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A씨는 새 공법으로 냄새를 없애고 1회 제조 시간을 30시간으로 줄였다고 한다.

정한용 국제범죄수사대장은 “창문을 열어놓고 제조했음에도 호텔 측과 옆방 투숙객들이 눈치채지 못했고 제조 도구 종류도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A씨조차 어떤 원료가 사용됐는지는 모른다고 진술했다”며 “어떤 공법인지 파악하기 위해 국과수에 의뢰했다”고 밝혔다.

A씨 일당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A씨가 한국에 입국하기 전 호텔을 예약하고 제조책과 공급책의 역할을 분담해 인지하고 있던 사실을 알아냈다. 경찰은 마약 제조자 A씨와 공급책 B씨가 서로의 인적사항을 모른 채 비밀 메신저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점조직' 형태로 활동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공급책 B씨와 필로폰 투여자 C씨는 한국어에 능숙한 대만인 화교이며 직업은 관광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책 A씨의 직업은 파악되지 않았다.

A씨가 투숙한 종로구 호텔 객실에서 압수한 물품 일부. [사진 국제범죄수사3대]

A씨가 투숙한 종로구 호텔 객실에서 압수한 물품 일부. [사진 국제범죄수사3대]

경찰은 국정원에서 첩보를 받아 A씨가 머문 맞은편 객실에 수일간 잠복한 뒤 A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또 A씨에게 필로폰 제조 대금과 도구를 공급한 B씨를 추적하다 찾게 된 C씨의 은평구 자택에서 추가로 B씨와 C씨를 검거했다.

경찰 측은 "중국에서 범행을 지시한 '윗선'과 한국에 들어와 있는 유통 담당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A씨가 호텔 객실에서 필로폰을 제조하는 장면. 경찰이 맞은편 객실에서 촬영한 영상. [사진 국제범죄수사3대]

A씨가 호텔 객실에서 필로폰을 제조하는 장면. 경찰이 맞은편 객실에서 촬영한 영상. [사진 국제범죄수사3대]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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