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스키계 '왕좌의 게임' 승자는 누구일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오래] 김대영의 위스키 읽어주는 남자(22)

올해 상반기 위스키 마니아에게 가장 핫한 위스키는 ‘왕좌의 게임 싱글몰트 시리즈’다. 마지막 시즌이 방영된 미국 인기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과 글로벌 1위 주류회사 ‘디아지오(DIAGEO)’가 만들어낸 마케팅 파워는 엄청났다. 세트로 구성된 총 7종의 싱글몰트 위스키는 금방 품절됐다. 달위니, 카듀, 라가불린, 로얄라크나가, 탈리스커, 글렌듈란(싱글톤), 오반 등 7개 증류소는 이 드라마에 완벽히 녹아들었다.

7종의 왕좌의 게임 싱글몰트 위스키. 왼쪽부터 카듀, 로얄라크나가, 달위니, 라가불린, 탈리스커, 글렌듈란(싱글톤), 오반. [사진 김대영]

7종의 왕좌의 게임 싱글몰트 위스키. 왼쪽부터 카듀, 로얄라크나가, 달위니, 라가불린, 탈리스커, 글렌듈란(싱글톤), 오반. [사진 김대영]

먼저 스코틀랜드 모든 증류소 중 가장 높은 지역에 있는 ‘달위니’. 모든 영주 중 가장 북쪽 지역을 관할하는 ‘스타크’ 가문과 만났다. 강인함으로 혹독한 환경을 이겨낸다는 스토리를 공유한다. ‘카듀’ 증류소는 남성들이 위스키 업계를 지배하던 1800년대, 여성인 헬렌 커밍과 그녀의 며느리 엘리자베스가 개척했다. 용들의 어머니로 강력한 여성 리더십을 상징하는 대너리스의 ‘타르가르옌’이 안성맞춤이다.

스타크의 달위니 윈터 프로스트(좌)와 타르가르옌의 카듀 골드 리저브(우). [사진 김대영]

스타크의 달위니 윈터 프로스트(좌)와 타르가르옌의 카듀 골드 리저브(우). [사진 김대영]

스코틀랜드 아일라 섬의 ‘라가불린’은 ‘라니스터’를 품었다. 라가불린은 병마개 인지(印紙)와 라벨에 사자 그림을 쓰고, 라니스터가는 ‘포효하는 사자’를 가문의 문양으로 삼는다. 또 이름이 ‘La’로 시작하는 공통점도 있다. ‘로얄라크나가’ 증류소는 영국 왕실과의 인연으로 칠왕국을 다스리던 왕, ‘바라테온’과 이어졌다. 1848년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과 앨버트 왕자가 라크나가 증류소를 방문한 뒤, 라크나가 증류소는 이름 앞에 왕실을 뜻하는 ‘로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라니스터의 라가불린 9년(좌)과 바라테온의 로얄라크나가 12년(우). [사진 김대영]

라니스터의 라가불린 9년(좌)과 바라테온의 로얄라크나가 12년(우). [사진 김대영]

‘탈리스커’ 증류소와 ‘그레이조이’는 척박한 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탈리스커 증류소가 위치한 스코틀랜드 스카이 섬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험한 곳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그레이조이 가문의 섬, 강철군도도 드라마에서 가장 척박한 지역이다. 리버랜드의 영주로 군림하는 ‘툴리’ 가문은 강 근처에 위치한 ‘글렌듈란(싱글톤)’을, 거대한 장벽 ‘캐슬블랙’을 지키는 ‘나이트 워치’는 가파른 절벽 아래 위치한 ‘오반’ 증류소와 만났다.

그레이조이의 탈리스커 셀렉트 리저브(좌), 툴리의 싱글톤 글렌듈란 셀렉트(가운데), 나이트 워치의 오반 베이 리저브(우). [사진 김대영]

그레이조이의 탈리스커 셀렉트 리저브(좌), 툴리의 싱글톤 글렌듈란 셀렉트(가운데), 나이트 워치의 오반 베이 리저브(우). [사진 김대영]

왕좌에 오를 위스키는 무엇일까. 지난 4월 25일, 여의도에 있는 디아지오 코리아 사옥에서 한판 대결이 벌어졌다. 위스키를 좋아하는 스물네 명이 모여, 30mL씩 7종의 위스키를 시음하고, 가장 맘에 든 위스키를 2개까지 고르기로 했다. 그 결과 라가불린의 라니스터 가문이 위스키 왕좌를 차지했다. 총 38표 중 15표로, 8표를 얻은 오반의 나이트 워치보다 2배 가깝게 많은 표를 얻었다. 3위는 5표로 로얄라크나가의 바라테온이 차지했다.

시음회를 함께 한 디아지오 코리아 성중용 부장이 왕좌의 게임 싱글몰트 위스키를 잔에 따르고 있다. [사진 김대영]

시음회를 함께 한 디아지오 코리아 성중용 부장이 왕좌의 게임 싱글몰트 위스키를 잔에 따르고 있다. [사진 김대영]

그러나 저작권 문제로 한국에 수입되지 못한 ‘티렐’ 가문의 ‘클라이넬리시’ 위스키가 호시탐탐 왕좌를 노리고 있다. 올 4월 초에 클라이넬리시를 포함해 8종의 왕좌의 게임 싱글몰트를 마셨는데, 클라이넬리시가 가장 맛있는 위스키로 뽑혔다. 다른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가 40도 대인 반면 클라이넬리시는 50도가 넘은 탓도 크다. 여러 위스키를 마실 때 알코올 도수가 높으면 대체로 맛과 향이 더 강하게 기억되는 편이다.

티렐의 클라이넬리시. 아쉽게도 한국에는 정식 수입되지 못했다. [사진 김대영]

티렐의 클라이넬리시. 아쉽게도 한국에는 정식 수입되지 못했다. [사진 김대영]

시음회가 끝나고 남은 위스키를 집에서 조금씩 마시는데, 가장 맘에 드는 위스키가 매번 바뀐다. 처음에는 라가불린이 맛있다가 탈리스커로 옮겨갔고, 지금은 싱글톤 글렌듈란이 가장 맛있다. 드라마 ‘왕좌의 게임’은 끝났지만, 위스키 왕좌를 향한 전쟁은 한동안 이어질 것 같다.

김대영 중앙일보 일본비즈팀 과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