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사회당 노선을 분석하라"|자민당 참패에 한국기업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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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일본 참의원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의 참패라는 「전후 최대의 변혁」은 한국재계에도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리크루트 사건으로 한국기업의 정상적인 대일 로비활동이 주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카소네 전 수상 및 그의 후계자였던 다케시타 전 수상휘하의 이른바 친한 인맥들이 하나 둘씩 무대에서 사라졌다.
한국기업의 원활한 대일교섭을 위해서도 보다 한국을 이해하는 신진 일본인들로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우리나라 업계에 나타나고 있다. 한국측 입장에서 본다면 주요 기업의 창업주들이 타계하거나 2세에게 대권을 넘겨주고 물러앉은 상태이며 정계에서는 일본에 전혀 생소한 「신인류」층의 국회의원들이 탄생했다.
일본은 자민당의 「부패한」노년층 정치인들의 퇴각이 강요되고 있는 분위기다.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사회당은 한국에 대해 무지하기 짝이 없으며 때로는 반한적이기도 하나 이번 선거에서처럼 어느 정도 일본국민의 지지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을 눈감을 수 없으며 이제 한국기업도 일 사회당에 접근해서 그들을 한국쪽으로 이해시켜야 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일 정계 개편에 국내재계가 이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일본이 제2의 수출국이며 최대의 수입상대국일 뿐만 아니라 주요 산업설비의 태반을 일본에 의지하고 있고, 60년대 이후부터 양국 정·재계의 끈끈한 맺음이 지속돼왔기 때문.
일본과 직접 거래를 하고 있는 국내종합상사와 군소무역회사들은 일본 현지지사와 수시로 연락을 취하며 자민당 참패정국을 분석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갖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25일 오전 이춘림 회장주재로 열린 정기중역회의에서 이번 일본선거결과와 앞으로의 대책 등에 관해 집중 논의했다.
럭키금성상사도 24일 오후 일본담당자들이 속해있는 아주과가 긴급회의를 가졌고 동경·오사카지사와 업무연락을 취하며 앞으로의 상황전개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삼성물산도 해외업무팀을 주축으로 앞으로 예상되는 중의원 해산이후 일 정국의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전경련은 일본재계의 본산격인 경단련이 이번 선거결과로 「충격을 받았다」는 보도에 접하고 24일 경단련측과 긴급연락을 취하며 이번 선거결과가 앞으로 한일재계에 미칠 영향과 대책 등을 숙의했다.
한일경제협회(회장 박룡학)측도 이번 선거결과가 당장 양국경제관계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하면서도 사회당이 북한을 인정하는 등 자민당과는 전혀 다른 정치적인 함수가 양국경제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7년간 한일경제협회회장을 지냈고 현재 한일의원연맹회장인 박태준 포철회장은 26일부터 3박4일 예정으로 방일, 이번 선거결과로 야기될 문제점등을 현장에서 알아보고 앞으로의 한일간 경제협력방안 등에 대해 일본측 정·재계 인사들과 협의할 예정이다.<유재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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