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강국' 일본 첨단 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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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방위책임자인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장관은 6일 중의원 안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미사일 방어(MD)체제 구축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개발이 일본에 군비 증강의 명분을 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일본 정부가 북한을 '안보 불안 요인'으로 공식 규정하고 있는 이상 미사일 발사와 같은 가시적 위협에 군비 증강으로 대처하는 것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1호 미사일이 자국 상공을 넘어가자 이를 명분으로 정찰위성 등 첨단 군사 장비를 개발.도입하며 군비를 강화했다.

◆ MD 구축 앞당기는 계기로=일본은 2004년부터 매년 1000억 엔(약 85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단계적으로 MD체제를 구축해 오고 있다. 핵심은 탄도 미사일 요격 장비인 스탠더드 미사일(SM3)과 패트리엇3(PAC3) 미사일 도입이다. 일본은 SM3를 탑재하기 위해 이지스함 4척을 단계적으로 개조해 2010년에 모두 끝낸다는 방침이다.

육상 배치형인 PAC3도 2010년까지 항공 자위대의 16개 기지에 배치한다. 누카가 장관은 PAC3 배치를 연내로 앞당겨 주일 미군 오키나와 기지와 함께 자위대의 사이타마현 이리마 기지와 시즈오카현 하마마쓰 기지에 차례로 배치, 가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장거리 미사일을 감지하는 최첨단 경계 관제 레이더 FPS-XX 4대를 2008년부터 12년까지 4곳에 배치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미국의 MD와 통합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지역별.기능별로 역할을 나눠 맡는다는 구상이다. 일본 군사 당국자는 "MD프로젝트야말로 미.일 동맹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MD 구축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야포와 재래식 항공기 등 통상 전력에 드는 예산을 삭감하기도 했다.

◆ 노동.대포동 1호 발사 이후 첨단 장비 증강=98년 대포동 1호 발사는 일본이 기존 방위력을 재점검하고 대응 수단을 마련토록 하는 계기가 됐다. 당장 이듬해부터 정보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정찰 위성 개발에 착수, 2003년에 2기를 쏘아올린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반대로 자체 개발이 어려웠던 정찰 위성을 확보하는 명분을 북한의 대포동 1호가 제공해 준 것이다.

북한 미사일 발사는 일본 자위대에 공격 능력을 갖추는 빌미로도 작용했다. 가상 적국의 미사일 실전 발사 징후가 탐지될 경우에는 미사일 기지에 대한 선제 공격을 할 수 있는, 이른바 '적 기지 공격'능력을 점점 키워온 것이다.

한 군사소식통은 "93년 북한의 노동 미사일 능력이 확인된 이후 은밀하게 적 기지 공격 능력에 대한 검토를 해 왔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지난해 폭격기가 출동하기에 앞서 적의 레이더를 교란시키는 임무를 맡는 전자전기(電子戰機) 개발에 착수했다. 2004년부터 도입 예산을 배정한 정밀유도폭탄 JDAM도 공격력을 한 단계 높여주는 무기다.

도쿄=예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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