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연애도, 사랑 싸움도 경제적 계산의 결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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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일상의 경제학

하노 벡 지음, 박희라 옮김
더난출판, 1만2000원

우리네 일상은 경제적 활동의 연속이다. 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늘어지게 늦잠을 잘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어떤 대안이 삶을 낫게 만들 것인지를 저울질하는 경제행위다.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알게 모르게 경제적 계산을 하는 셈이다.

자선단체에 기부를 하고, 자원봉사활동을 하는 것처럼 자신을 희생하는 행위조차 경제행위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기부나 봉사활동에서 얻는 자기만족과 즐거움이라는 이익이 돈과 시간을 다른 데 쓰는 것보다 크기 때문이다.

일상의 행위를 모두 경제적 득실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것은 너무 삭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다고 해도 일상에서 일어나는 행위의 바탕에는 늘 경제적 계산이 깔려있다는 점을 기억해두는 것은 나쁠 게 없다. 왜냐하면 자선행위든 돈벌이든 연애든 어떤 일을 할 때 무엇이 최고의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따져보는 것은 도움이 되면 되었지, 손해는 아니지 않은가.

이 책은 우리가 미처 의식하지 못하거나 지나쳐 버리기 쉬운 일상의 사소한 문제들을 경제학자의 눈으로 꼬치꼬치 따져 본 것이다. 스커트 길이와 경기의 관계, 옷차림이 발산하는 경제적 신호, 복권과 도박의 수익률과 위험, 통계수치와 예측치의 이면에 깔린 함정, 할인가격과 공짜 휴대전화의 비밀 등 어찌 보면 별 것 아닌 현상들을 지겨울 정도로 집요하게 파고든다.

심지어 여자친구와의 사랑싸움마저 경제학적 전략의 틀로 분석한다. 이런 경제학자를 어떤 여자가 좋아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의 에피소드를 동원한 경제학 강의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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