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교재·교사 양성제도가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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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의 현행 음악교육이 실생활과 동떨어진 「교실음악」으로 그치고 마는 원인은 무엇일까?
오는 24일 한국음악교육협회(회장 조상현)가 단국대 난파기념관에서 개최하는 제3회 한일음악교류세미나에서 이용일 교수(전남대)는 「한국 음악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진단」을 발표한다.
음악교육의 목표는 음의 다양한 표현방법을 이해시켜 한국전통음악과 각국의 다양한 음악을 표현·감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이를 통해 음악의 개념을 인식시키는데 있으며, 또 음악체험을 통한 후천적 음악성 계발, 전통문화의 계승·발전, 정서순화, 창조성 신장 등에 있다고 이 교수는 말하고있다.
그러나 현행 음악교육은 그러한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하며 그 원인을 잘못된 음악교재와 음악교사 양성 제도 및 사회교육에서 찾았다.
음악교재의 첫번째 문제점은 교과과정이 바뀌고 사회의 가치관이나 학생들의 기호도 계속 변하고 있지만 음악교과서에 실리는 곡들은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번째는 우리음악의 바탕이 한국전통음악이라는 인식이다. 최근에는 상당수의 음악학자들이 음악의 바탕은 누구나 쉽게 즐기며 사용할 수 있는 음악이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음악교과서를 만드는 우리 음악교육학자 등 대부분이 『한국음악상의 모국어=한국전통음악』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로는 국민학교 음악 교과서가 국정교과서로 획일화되어 있으며, 중등음악교과서도 검인정이긴 하지만 대체로 동일한 작곡기법으로 창작된 유사한 한국가곡 중심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학생 각자의 개성과 취미에 따라 대중음악·한국전통음악·서양고전음악·세계각국의 민속음악·현대음악 등을 선택해서 이해하고 표현하며 즐길 수 있는 교재를 제공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주장한다.
음악교사 양성제도에 있어서 국민학교의 경우는 지도교사의 비 전문성이 가장 큰 문제다. 현재는 단순한 반주 및 노래지도조차 힘에 겨운 국민학교 교사가 적지 않으므로 국민학교에 음악 전담 교사를 따로 둬야 한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를 위해 교육대학에 독립된 음악교육과를 개설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제의했다.
중등음악교사를 위한 대학교육 역시 음악교육자보다는 연주자 양성에 초점을 맞춘 전공실기 위주로 되어 있으므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 이교수의 의견이다.
한편 사회교육의 측면에서 매스미디어에 어린이 및 청소년들에게 적절한 음악프로그램이 태부족한 실정과 함께 재야정치권 및 운동권 학생들이 주장하는 「민중음악」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도 매우 중요한문제로 지적됐다.
한국전통음악을 기반으로 근로대중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야 한다는 민중 음악론을 편협한 국수주의 내지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산물로 보아 무시할 것인지, 또는 한국전통음악이 민중예술이라는 새로운 틀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수용해야할 것인지를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전통음악의 계승 발전과 한민족의 동질성 및 일체감 회복을 위해 남북한이 공동으로 우리 전통음악을 연구해서 남북 음악교과서에 공통필수 곡을 게재하고 지도하는 것도 한국음악교육의 당면과제라고 덧붙인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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