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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권조정 극렬 반발 뒤엔 스무살 문무일의 '5·18 기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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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대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대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제가 공무원 생활을 32년 넘게 하는 동안 사실은 광주에서...”

5초간 침묵이 이어졌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16일 오전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던 도중의 일이다. 문 총장은 눈시울이 불거진 채 말을 잇지 못하고 손에 쥔 종이만 만지작거렸다. 이어 그는 “마치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인사를 하고 간담회 장소를 빠져나갔다.

검찰에 따르면 문 총장은 5·18 광주 민주화운동에 관해 이야기하려다가 감정이 북받쳐 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문 총장에게 이날 상황을 전해 들은 검찰관계자는 “문 총장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경험 때부터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했고 그래서 검사가 됐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다가 5·18 이야기를 하려니까 굉장히 울컥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검찰총장으로서 후배들에게 정치적 중립 시비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는데 이루지 못하고 후배들에게 어려운 시기를 넘겨주게 돼 미안하다”고 말하다가 32년의 공직 생활과 광주 이야기를 꺼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검사가 되고자 처음 마음먹었던 때를 돌아본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문 총장은 “검사가 된 이후 형사사법 절차에서 민주적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특히 수사권 조정이라는 관점에서 검사의 수사 업무를 비롯해 모든 절차에 민주적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일을 해왔다”는 취지의 소회까지 간담회에서 밝히려고 했다고 한다.

1961년에 광주광역시에서 태어난 문 총장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벌어졌을 당시 20살 재수생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기 직전 광주 민주화운동을 겪은 문 총장은 평소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빚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문 총장은 대학생 때도 학생 운동을 했다.

한 대검 간부급 검사는 “문 총장은 사석에서 자주 5.18 광주 민주화운동 이야기를 해왔다”며 “당시 경험을 통해 공권력이 남용됐을 때 문제가 얼마나 심각하고 두려운 일인지를 알기 때문에 검찰 개혁이나 수사에 대한 통제를 이야기했던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기관에 대한 통제가 오히려 반대로 가는 상황에서 생각이 많아졌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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