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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에 대출해주고 연이율 '1만8250%' 적용한 조폭업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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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근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수사2팀장이 16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고등학생 상대 불법 대부업자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박정근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 광역수사2팀장이 16일 전북경찰청 기자실에서 '고등학생 상대 불법 대부업자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전주=김준희 기자

"연락주세요. 담보 필요 없고요. 부모님 연락처와 직장, 집 주소 3개만 준비해 주시면 바로 현찰 지급해 드립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 협박·감금 6명 검거 #고등학생 9명에 연이율 '1만8250%' 적용 #빚 독촉 시달리다 인형뽑기방 현금 훔친 학생도

돈이 궁한 10대 청소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이 달콤한(?) 글에 낚여 대부업자에게 돈을 빌렸다가 더 많은 원리금을 갚고도 협박·감금을 당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빚 독촉에 시달린 한 학생은 인형뽑기방에서 현금을 훔치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6일 "SNS에 대출 홍보 글을 올린 후 이를 보고 찾아온 고등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준 뒤 단기간에 원금과 고액의 이자를 챙긴 혐의(대부업법 위반)로 조직폭력배 A씨(21) 등 6명(구속 2명, 불구속 4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 등은 지난해 8월 18일 당시 고등학교 2학년 B군(18)에게 200만원을 빌려주고 4일 후 600만원을 돌려받는 등 같은 해 5~9월 고등학생 9명 등 31명에게 1억여원을 대출해 주고 법정 이자율(연 25%)이 넘는 이자를 챙긴 혐의다.

경찰은 "이들이 받은 이자를 1년으로 계산하면 1만8250%의 이자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을 빌린 학생들은 전주 등 전북 지역 고등학생으로 인터넷 도박과 PC방 등 개인 유흥비와 용돈으로 쓰기 위해 대부업자들을 찾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100만원부터 2200만원까지 빌렸다. A씨 등은 빌려준 원금과 이자를 모두 돌려받고도 '연체 이자가 생겼다'며 학생들의 집과 학교까지 찾아가 괴롭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등교하는 한 학생을 차량에 태워 6시간가량 끌고 다니며 '돈을 안 갚으면 가만 안 두겠다'고 협박했다. 부모에게는 반복해서 채무 독촉 메시지를 보냈다.

겁에 질린 학생들은 이른바 '돌려막기'를 했다. 서로 보증을 서서 한 명이 안 갚으면 다른 친구가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채무를 갚았다. 대부업자들은 학생들이 돈을 못 갚으면 부모에게 연락해 돈을 받아냈다.

채무 독촉에 시달린 한 학생은 인형뽑기방에서 현금을 훔치다 경찰에 입건됐다. 다른 학생은 대부업자들의 협박을 견디지 못하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했다. 이런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지난 2일 전주시 중화산동에서 A씨 등을 검거하고 이자제한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외에 공갈·감금 혐의 등을 적용했다.

광역수사대 박정근 광역수사2팀장은 "교육청·학교와 협력해 10대를 상대로 한 고금리 사채 피해를 막고, SNS상의 조직적인 대부 광고와 불법 대출 행위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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