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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은 민주당의 '타노스'?…잠룡들 일제히 저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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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ㆍ우파 싸움을 거는 것은 해방 직후에나 있었던 일이다.”(박원순 서울시장)
“공안검사 시절 인식에서 한 걸음도 진화하지 않고 오늘을 살아간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얻어맞으려고 광주에 오는 것이다. 뒤돌아서는 게 최선이다.”(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타깃은 하나, ‘황교안을 때려라’

거물급 여권 정치인들이 각기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포문을 열었는데 타깃은 같았다. 탄착점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다. 황 대표가 장외 투쟁을 9일째 이어가면서 보이는 언행을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이 잇따라 공격하면서 벌어진 현상이다. 표면상으로는 진보 진영과 대립각을 분명히 하는 황 대표와 한국당을 비판하는 것이지만, 이면엔 또 다른 포석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권의 자기 대선 주자들이 현재 대선 후보 여론조사 1위를 달리는 ‘강적’을 견제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연합뉴스·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은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보다 약간 후배(경기고)이고 검사도 했기 때문에 출발은 비슷했다고 볼 수 있다. 그 후의 삶은 완전히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좌파는 돈 한번 제대로 벌어본 적 없다’는 황 대표의 발언에 관해 묻자 “좌파ㆍ우파 이렇게 싸움을 거는 것조차도 옛날 해방 직후에나 있었던 일”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박 시장은 “황 대표가 정치의 본질에 대해 먼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충고도 했다. 박 시장은 차기 대선과 관련한 구체적 질문에는 “현 대통령이 성공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데 벌써 다음 선거에 관심이 가 있으면 이 정부가 성공하는 데 지장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최근 박 시장은 황 대표와의 대결 구도에 대한 질문에 비교적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인권변호사 vs 공안검사’라는 명징한 구도가 박 시장에게 불리하지 않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시장 측의 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서울시정에 집중하고 있으니 최근 대선 여론조사에서는 수치가 조금 떨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광주’‘막말’‘공안’ 등으로 공격

여론조사에서 여권 대선후보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낙연 국무총리는 1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황 대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 총리는 ‘황 대표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행정부에 몸담은 사람이 제1야당 대표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몹시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 일부 의원의 5ㆍ18 모독 발언과 관련해 지난 2월 “5ㆍ18을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규정한 것은 김영삼 정부 시절 국회의 합의였다. 국회 일각에서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국회의 자기부정이 된다”며 각을 세웠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 총리 초청 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 총리 초청 편집인협회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뉴스1]

특히 이 총리가 유력한 호남권 대선 주자로 평가받는 상황이어서 5ㆍ18광주민주화운동 39주년을 앞두고 황 대표와 대립각은 더 선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비공개회의에서는 황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발언 수위에 대해 ‘야당이 요즘 너무 과격하다’는 지적을 했다고 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더욱 거침이 없다. ‘직업으로서의 정치’와 선을 그었음에도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등장하는 그는 최근 한 행사에서 황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황 대표의 광주 방문 계획에 대해 “지역감정을 조장하려는 의도다”“얻어맞으려고 광주에 오는 것이다”“(광주 시민들은) 뒤돌아서는 게 최선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최적화된 ‘적(敵)’…민주당도 대립각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왼쪽),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청와대 1기 참모진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만찬을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가운데),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왼쪽), 권혁기 전 춘추관장 등 청와대 1기 참모진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만찬을 위해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대협 3기 의장 출신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난 13일 페이스북에서 황 대표를 ‘저격’했다. 그는 1989년 임수경 전 의원의 방북 사건으로 조사를 받을 때를 회고하면서 공안검사들의 행태를 지적했다. 황 대표는 당시 서울지검 공안검사로 이 사건을 수사했다. 임 전 실장은 “나중에 제가 기소될 때 죄목 중에 ‘지령 수수’가 있었다. 초청장 형식을 빌은지령 수수”라면서 “당시 공안검사들이 그런 일을 서슴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닥치는 대로 잡아 가두고 고문하고 간첩을 조작했던 일들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체 어느 별에 사는 사람들인가”라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시 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이인영 원내대표는 최근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면서 “‘무덤에 있어야 할 386 운동권’이라는 황 대표의 이념 공세에 모욕감을 느꼈다. 그래서 원내대표에 출마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정치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민주당에서는 “당내 여러 자원이 야당 유력 대권 주자의 대항마라는 이미지를 키우는 것이어서 우리 당의 인재풀이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평가했다. 반면 여권 일각에서는 “결국 1대 다(多) 대응이 결국 황 대표의 몸집을 더 키워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현 기자 s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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