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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000명 정보 술술 샌 네이버, 2년 전 '쌍둥이 사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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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네이버 2017년 채용과정서 개인정보 유출 70만원 물어줘야

네이버 블로그에 광고를 게재해 수익을 얻는 블로거 2200여명의 개인정보가 지난달 30일 오전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성남에 소재한 네이버 본사. [중앙포토]

네이버 블로그에 광고를 게재해 수익을 얻는 블로거 2200여명의 개인정보가 지난달 30일 오전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성남에 소재한 네이버 본사. [중앙포토]

최근 2000여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낸 네이버가 2년 전에도 규모는 이번보다 적지만 유사한 유형의 사고를 내 법원이 7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네이버와 서울동부지법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 2017년 7월 경력직 사내변호사 채용을 진행했다. 네이버 인사담당자는 1차 합격자 15명에게 합격소식과 면접 일정을 안내하는 이메일 작성 과정에서 실수로 전체 지원자 104명의 성명·생년월일·전화번호·이메일·출신학교와 전공 및 학점·합격 여부 등 정보가 담긴 엑셀파일을 함께 첨부해 보냈다. 사고를 알게 된 네이버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문을 보내는 한편 파일을 받은 15명에게는 ‘파일을 삭제해 보유하고 있지 않고, 이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제3자에게 알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알리지 않겠다’는 확인서를 받았다. 당시 피해자 중 한 명이었던 김 모 변호사는 “네이버의 개인정보 유출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같은 해 11월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법원에 냈다.

2017년 채용 과정서 15명 피해 #소송 낸 변호사에 70만원 배상 판결 #이번에도 2000명 첨부파일 사고 #네이버 “조사결과 나오면 보완책”

 1심 법원은 네이버 잘못을 인정해 지난해 7월 김 변호사에게 70만원을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네이버가 항소했지만 항소심인 서울동부지법 민사2부도 지난 3월 말 같은 결론을 내렸다. 이 판결은 양측이 모두 상고하지 않아 지난달 23일 확정됐다. 재판부는 “유출된 개인 정보에 출신 학교와 학점, 합격 여부 등 민감한 내용이 포함됐고 유출 상대방이 동종 직역에 있는 사람들인 만큼 해당 내용이 전파될 경우 피해가 클 것”이라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다만 “이 사건이 네이버 인사팀 직원의 단순 실수에서 비롯된 점, 전송받은 사람이 15명에 불과하고 사고 발생 후 사과문을 보내는 등 조치를 취한 점 등을 감안해 위자료는 70만원으로 정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지난달 30일 개인정보유출 사고를 낸 뒤 게시한 사과문. [사진 네이버]

네이버가 지난달 30일 개인정보유출 사고를 낸 뒤 게시한 사과문. [사진 네이버]

e메일 발송 오류로 2000여명 개인정보 유출

 이는 최근 발생한 네이버 블로그 광고 서비스(애드포스트)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고와 상당부분 유사하다. 네이버는 지난 달 30일 애드포스트 이용자에게 원천징수영수증을 e메일로 발송하면서 타인의 원천징수영수증을 함께 첨부해 보내는 사고를 냈다. 해당 원천징수 영수증엔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애드포스트 지급액 등이 포함돼 있었다. 사고 발생 직후 네이버는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이를 신고했고 발송된 메일 전체를 일괄 삭제했다. 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사고 경위, 2차 피해 가능성 등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조사가 마무리된 뒤 피해자들이 소송을 낼 경우 향후 진행될 소송전에서 2017년 사건은 중요한 비교 잣대가 될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 소송의 경우 법원은 위자료를 통상 10만~20만원 안팎으로 인정한다. 개인정보 유출만으론 직접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려워 통상 다른 곳에 유출될지 모른다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하기 때문이다. 2017년 사건에선 회사의 과실이 커 이례적으로 많은 금액이 인정됐다. 개인정보 유출 소송 전문가인 김형남 변호사는 “이번에 유출된 개인정보가 대부업체 등 다른 쪽으로 전파될 가능성이 크다면 법원에서 피해를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회사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사고 발생 후 취한 회사의 회수 노력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용했는지 등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관계자는 “2017년 사고는 사람이 실수한 것이고, 이번 유출은 시스템상의 오류로 발생한 초유의 사태라 성격이 다르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선 방통위 등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철저한 보완 대책을 마련해 실시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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