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무수단리 방문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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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방송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애창곡을 소개했다. '그 누가 내 마음 몰라 주어도, 몰라 준대도 희망 안고 이 길을 가고 가리라'라는 대목이 핵심 구절이다. 김 위원장은 이 노래를 부르며 간부들에게 "선군(先軍)정치를 하는 데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평양방송, 6월 20일) 군대를 최우선시하겠다는 이런 생각을 실행하려는 듯 김 위원장은 군부대 방문 길을 재촉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12차례(북한 보도 시점 기준) 군부대를 찾았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모두 41차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갑절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외부 활동 공개를 극도로 꺼린다. 군부대를 방문해도 '292부대' '966대연합부대'하는 식으로 어디에 있고, 뭘 하는 곳인지 모르게, 그것도 방문 날짜를 뺀 채 보도한다. 경호 문제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미 정보 당국은 위성 정보와 감청 등 첨단 수단을 동원해 그의 동선을 끈질기게 추적한다. 5월 초 함북 무수단리 기지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의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정보 관계자들은 발사 버튼을 쥐고 있는 그의 행적을 주시했다.

당국이 특히 주목한 것은 5월 말부터 6월 초 사이에 이뤄진 김정일의 동북부 지역 군부대 방문이다. 함경남도 장진에서 함북 청진, 나진-선봉을 잇는 7개 부대를 방문한 그는 군 전투력 강화를 강조했다. 청진의 9군단 산하 포병여단(215부대)에 들른 그는 훈련을 참관했다. 또 나선의 동해함대사령부 산하 7전대(269부대)와 장진의 공군 2사단 73비행연대(공군 970부대)도 돌아봤다.

정보 관계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무수단리 기지를 방문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가 이곳을 지나는 길에 대포동 2호 발사 준비 현장을 직접 살펴보고 관계자들을 격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다. 정부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헬기가 무수단리 기지에 착륙하는 게 포착된 적이 있다"며 방문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다른 정보 관계자는 "김정일의 현장 방문은 아직 확인된 게 없다"며 부인했다. 김 위원장은 주로 승용차를 이용한다는 얘기다.

김 위원장의 군부대 방문에는 군 총정치국 상무부국장인 현철해와 선전부국장 박재경, 총참모부 작전국장인 이명수 등 이른바 '대장 3인방'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모두 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는 인물이다. 노동당에서는 군부를 관장하는 황병서 부부장이 핵심 수행원이다. 다른 당과 내각의 간부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강경파로 분류되는 군부 중심의 '인의 장막'에 둘러싸여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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