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이상인가, 내부 균열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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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대포동 2호를 비롯한 미사일 발사에 대해 6일 첫 공식 입장을 내고 '성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고위 당국자들은 이날 일제히 "기술적 이유로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국가정보원은 대포동 2호 발사에 대해 "비행 초기단계에서 추락한 만큼 1단 로켓 엔진에 기술적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방위에 출석한 윤광웅 국방부 장관도 대포동 2호의 추락이 북한 측의 의도인지, 기술적 실패인지를 묻는 질문에 "현재까지는 실패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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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비행시간 너무 짧아=이성규 합참 정보참모본부장은 국방위에서 "대포동 2호 미사일은 42초까지 정상적으로 비행하다 이상이 발생해 추락하면서 499㎞를 날아갔으며 전체 비행시간은 7분 정도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미사일이 정상 비행한 시간이 42초에 불과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미사일 1단계 연료는 초속 7㎞로 1분20초 정도 타다 분리되고 2단계 연료가 점화되는 게 정상"이라며 "1단계 연료가 타야 할 120초도 채우지 못한 만큼 2차 점화가 안 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 엔진 이상 발생한 듯=사거리 6500㎞가 넘는 대포동 2호가 예상과 달리 짧은 거리밖에 날지 못한 것은 엔진 이상 때문일 수 있다. 1998년 8월 시험 발사됐던 대포동 1호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가 태평양상에 떨어진 반면 이번 미사일은 사거리가 더 긴데도 동해에 떨어졌다. 미사일이 제대로 된 추진력을 받지 못해 예상 궤도에 진입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42초 동안 비행한 후 엔진이 꺼지거나 이상이 생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 연료 불완전 연소로 충격받았을 가능성=엔진 결함과 관련해 국정원 측은 국회 정보위에 세 가지 가능성을 보고했다. 우선 함경북도 무수단리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수직 상승한 뒤 동해상으로 비행하면서 연료의 불완전 연소에 의한 심한 엔진 '떨림 현상'을 겪었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연소실 내부에 균열이 생기는 경우다. 고온.고압인 연소실이 정밀하게 가공되지 못하면 균열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연소실에 연료를 뿌려주는 연료 펌프와 파이프 등 공급장치의 이음새 등에 문제가 생기면 구멍이 나 연료가 샐 수 있다고 전문가는 진단했다.

◆ 부품 빼 구조 취약=워싱턴 포스트도 6일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를 '실패'로 규정했다. 신문은 미국의 무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기술적으로 어설프다는 점이 여실히 입증됐다"고 보도했다.

실패 원인에 대해 안보전문 싱크탱크인 글로벌 시큐리티의 존 파이크 대표는 "대포동 2호가 심각한 압력을 받은 것 같다"며 "사정거리를 최대한 늘리기 위해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품을 이것저것 빼내며 미사일 무게를 계속 줄여가다 보니 기본 구조가 너무 취약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 폭발 여부 놓고 혼선=통일부는 "대포동 미사일은 발사 40초 만에 폭발해 동해상에 추락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정보당국도 미사일이 1단계 추진체도 분리되지 않은 채 42초 비행 후 폭발했으며 가장 큰 잔해가 관성에 따라 멀리 날아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했다. 그러나 군 관계자는 "폭발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해 혼선을 빚었다.

김성탁.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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