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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국회가 정국 해법 제시하면 모든 가능성 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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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내놓은 국회와의 대화 제의가 오히려 대화의 방식을 놓고 또다른 정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야 5당이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청와대와, 일대일 회동부터 하자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입장이 맞서면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만 최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참모들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어떤 형태든 막힌 정국을 푸는 방안을 국회가 제시한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으라”는 취지의 지시를 했다고 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여야가 합의한다면 어떤 형태도 수용한다는 뜻”이라며 “다만 전제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의 동의와 성과를 낼 수 있는 대화 형태”라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제시한 대표 회담에선 반드시 국회 정상화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황 대표의 주장처럼 공감대 없이 영수회담부터 하면 정쟁만 하다 끝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을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오후 서을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3차 장외집회에서 참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가 황 대표와 1대1 회담에 부정적인 이유는 과거 전례에 비춰볼 때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양자 담판이 긍정적인 결실을 맺은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자신도 야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두차례 청와대 회동을 했다.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 회동(3월)과, 원내대표가 포함된 5자 회동(10월)이었지만 사실상의 영수회담이었다. 하지만 공감대 없이 이뤄진 당시 담판의 결과는 ‘빈손’이었다.

또 문 대통령과의 담판 형식 자체가 황 대표의 존재감을 키워줄 수 있다는 점도 청와대가 탐탁찮아하는 요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3월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3월 17일 오후 청와대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국회 정상화에 대한 모든 정당의 공감이 이뤄진 뒤에 대표 회담을 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만약 이인영 원내대표가 3당 원내대표 회담에 합의해 요청할 경우 5당의 상설협의체 가동에 앞서 별도 트랙으로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쉽지 않겠지만 5당이 상설협의체 구성까지 3당으로 바꾸는데 합의한다면 이 역시 수용하면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핵심 관계자도 “여야가 탄력근로제 기간을 확대하기로 합의하고도 국회가 공전하면서 기업만 어려워지고 있어 한국당과 청와대 모두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라며 “한국당도 국회로 복귀할 퇴로가 필요하고 청와대 역시 성과를 위한 국회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에 적절한 선에서 합의점이 찾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극심한 여론전 속에 각 정당 대표들이 조우하게 될 5·18 기념식이 분수령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헌화한 뒤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기 2563년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봉축법요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헌화한 뒤 합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황 대표도 ‘5당 대표가 만난 뒤 나를 만나주면 수용한다’며 청와대로 걸어들어가면 국민이 얼마나 멋있게 보겠는가. 또 국정을 이끌어갈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도 좀 양보했으면 좋겠다. 좀 만나주는 것이 뭐가 그렇게 복잡한가”라며 양측을 싸잡아 비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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