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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기사 4번째 분신...2만명 모여 '타다 OUT' 대규모 집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 오전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안모(76)씨의 분신 사태 발생 이후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이날 오후 예정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사진=김다영 기자

15일 오전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이 안모(76)씨의 분신 사태 발생 이후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이날 오후 예정된 대규모 집회를 준비 중이다. 사진=김다영 기자

서울광장에서 분신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택시기사 안모(76)씨가 사건 약 20일 전 조합지부를 직접 찾아가 "차량공유서비스 문제가 잘 해결되고 있냐"고 문의한 뒤 크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성북지부 조합원인 안씨가 분신 약 20일 전인 4월 말 성북지부 조합사무실 찾아와 '카풀과 타다 등 차량공유서비스 문제가 잘 해결되고 있냐'고 물었다"며 "노력은 하고 있지만 정부가 해결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하자, '나도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며 분개했다"고 설명했다. 안씨는 이후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쏘카 서울사무소 앞에서 열린 '타다 서비스 중단 촉구 집회'에도 참석했다고 조합 측은 설명했다.

앞서 안씨는 이날 새벽 3시쯤 서울 시청광장 인근 인도에서 불을 붙였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되지는 않았다. 다만, 안씨의 택시에 '공유경제로 꼼수 쓰는 불법 "타다 OUT"'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어 차량공유서비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안씨는 또 최근 주변 동료들에게 65세 이상 택시기사 자격유지검사에 대한 부담감 토로하기도 했다고 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2월부터 '자격유지검사제'를 시행했다. 65세 이상 택시운전자의 경우 3년마다, 70세 이상은 1년마다 운전능력을 확인하는 검사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개인택시조합 성북지부 관계자는 "택시기사들이 자격유지검사제에 반대했지만, 정부가 이를 강행하면서 60대 이상 기사들이 많이 좌절했었다"고 설명했다.

안씨처럼 카카오 카풀, 타다 등 차량공유서비스에 반대하며 택시기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세 명의 택시기사가 사망했고, 한 명은 화상을 입었다. 지난해 12월10일 택시기사 최모(57)씨가 국회 앞에서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항의하며 택시 안에서 분신해 숨졌고, 올해 1월9일에는 광화문역 인근에서 택시기사 임모(64)씨가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숨졌다. 두 번째 분신 사태 이후 카카오는 시범운영 중이던 카풀 서비스를 잠정 중단하고 대타협기구에서 상생 방안 찾기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올해 2월11일 또다시 국회 앞에서 택시기사 김모(62)씨가 택시에 불을 지른 뒤 국회로 돌진해 화상을 입었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타다'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소속 택시기사들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타다' 퇴출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개인택시조합 2만여명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타다 서비스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집회 도중 안씨를 추모하는 묵념을 한 이들은 "현행법상 렌터카를 사용해 유상으로 여객을 운송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자동차대여사업자인 '타다'에 사실상 여객 운송을 허용해주고 있다"며 서비스의 즉각 중단을 주장했다. 이어 "불법 유상운송행위 근절을 위해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며 "앞으로 정부나 국회만 바라보지 않고, 택시종사자들이 직접 정치에 나서 정치 세력화를 꾀하겠다"고 밝혔다.

김다영 남궁민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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