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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에 참치캔 유혹에도…눈치 빠른 야생 개떼 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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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개떼의 습격을 받고 죽은 염소. [청도군]

야생 개떼의 습격을 받고 죽은 염소. [청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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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포획틀엔 고양이만 잡혀 #가축 공격하던 야생 개떼 잠적 #멧돼지 잡는 포수 안보내는 이유는 #'동물보호법에 맞춰 유기견 보호해야' #유기견으로 이뤄진 개떼 총 쏘지 못해 #야생 동물과 달리 주인찾는 과정 우선

'포획은 무슨? 무조건 사살해야 한다.' -Chan*.

'엽총으로 제거하라는 게 무슨 문제?.' -cast*.

지난 4일 '야생 개떼의 습격 "철망 뜯고 염소 70마리 물어 죽였다"' 기사에 달린 댓글입니다. 경북 청도군의 한 야산에 도사견으로 보이는 6마리 이상의 개떼가 살고, 그 개떼가 인근 염소농장을 여러 번 습격해 염소 70여 마리를 물어 죽이고 살점을 뜯어먹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청도군이 특수 포획틀을 제작, 본격 개떼 포획에 나섰다는 내용도 담았습니다. 일부 독자들은 '도사견들이 유기견이라니. 야생맹수지. 아마 청도군 야생 먹이사슬 최상위일걸. (jugs****)'이라는 의견을 내며, 개떼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왜 멧돼지 잡는 포수들을 안 보낼까요? 

개떼 본거지는 염소농장과 가깝고, 도로와 인접한 청도군 금천면 소천리 한 야산입니다. 그렇다 보니, '사살해야. 무슨 사고가 나야 하는가. 무서워서 돌아다니겠나?. (wale****)'라는 격한 반응의 댓글도 많았습니다. 도대체 왜 청도군은 멧돼지 잡는 포획단을 야산에 보내 사살을 시도하지 않는 걸까요?.

개떼는 유기견들입니다. 유기견은 기본적으로 동물보호법에 따라 보호를 받습니다. 14조에 보면 동물 구조 보호에 관한 규정이 있습니다. 각 자치단체장은 유실·유기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유기견을 찾아 주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주인을 바로 찾기 어려우면 7일간 공고를 내야 합니다. 주인이 안 찾아지면 동물보호소에 보냅니다. 아무리 맹견이라도 사람을 공격해 사법당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 이상 총으로 쏴 죽이는 방법은 사용할 수 없는 겁니다.

반면 멧돼지 같은 야생동물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적용을 받습니다. 농 식물에 손해를 끼치면 자치단체장이 판단, 엽총을 챙겨 든 포획단이 직접 나서 사살할 수 있습니다.

개떼가 사라졌습니다.

개떼를 잡기 위해 청도군은 특수 포획틀을 제작했고, 소방당국은 입으로 불어 쏘는 마취총, 던지는 그물을 활용하고. 경찰은 만일의 사고를 대비해 순찰을 강화했습니다. 개떼 포획 작전은 잘 진행되고 있을까요?. 추가로 개떼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까요?.

개떼를 잡기 위해 만든 특수 포획틀. [청도군]

개떼를 잡기 위해 만든 특수 포획틀. [청도군]

청도군의 개떼 잡이용 특수 포획틀은 일반 유기견 포획틀보다 큽니다. 몸길이가 1m 이상 되는 덩치가 큰 개들을 일반 포획틀론 잡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겁니다. 일반적인 유기견 포획틀은 입구가 가로·세로 55㎝, 틀 안의 길이가 1m 20㎝쯤 됩니다. 특수 포획틀은 입구가 가로·세로 90㎝, 틀 안 길이가 1m 50㎝로 더 큽니다.

군은 특수 포획틀을 이달 초 개떼 출몰 지역에 설치했습니다. 개떼가 좋아한다는 삶은 돼지고기를 넣어두고, 심지어 고소한 향을 내는 참치캔까지 뜯어 넣었습니다. 꽁치·고등어·생닭·소시지 등 개들이 좋아한다는 먹이를 매일같이 바꿔 넣었습니다. 포획틀 자리를 수시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개떼가 눈치를 챈듯하다고 합니다. 지난 10일까지 특수 포획틀에 유기 고양이 2~3마리가 잡힌 게 전부입니다. 이규하 청도군 동물방역담당의 이야기입니다. "포획틀을 놓고, 사람들이 자꾸 순찰하고 그러니까 개떼가 본거지를 바꾼 건지, 어느 순간 모습을 감춘 상태입니다. 추가 피해 신고도 없습니다. 목격자 신고도 없습니다. 주변을 계속 살피며 적극적으로 개떼 행적을 찾는 중입니다."

개떼는 어디서 온 것일까요?

개떼 습격을 받고 죽은 염소. [청도군]

개떼 습격을 받고 죽은 염소. [청도군]

개떼가 출몰한 곳은 인적이 도심보다 적은 청도군 금천면입니다. 현재로썬 정확하게 어쩌다 이곳에 유기견들이 모인 것인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청도군과 관할 소방서 관계자, 인근 주민들의 의견을 종합해 추정만 할 뿐입니다.

"시골 이곳저곳에서 키우던 개들이 주인을 잃고 돌아다니다가 산으로 모여들었고, 그렇게 어쩌다 무리를 이룬 것 같습니다." "사람이 보이면 야산 위에서 쳐다보다가 우르르 뛰어 숲속으로 숨어버리는 것을 보면 도심보다는 인적이 많지 않은 시골 한적한 곳에서 자라던 개들이 아닐까 추정할 뿐입니다. 사람을 피하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청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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