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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개떼의 습격 "철망 뜯고 염소 70마리 물어 죽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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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떼의 습격을 받아 죽은 염소. [사진 청도군]

개떼의 습격을 받아 죽은 염소. [사진 청도군]

지난달 20일 경북 청도군 금천면 한 염소농장. 정체불명의 개떼가 농장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곧 농장 주변을 두른 철망을 이빨로 물어 뜯고 농장 안으로 침입했다. 그러곤 염소를 무차별 공격했다. 목과 가슴을 물어 뜯고 살점을 먹었다. 개떼의 습격으로 농장 염소 20여마리가 죽었다. 이들 개떼는 인근 야산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야생의 유기견들이라고 이날 신고를 받고 현장에 나간 청도군·청도소방서 관계자들이 전했다.

지난 20일 개떼 염소농장 습격 #20여마리 염소 물어뜯겨 죽어 #청도군 대형 포획틀 제작 중

염소농장과 가깝고, 도로와 인접한 경북 청도군의 한 야산에 몸길이 1m가 넘는 정체불명의 개들이 무리 지어 살면서 지자체와 경찰, 소방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들의 습격때문이다.

개떼 규모는 주민들이 목격한 것만 6마리 이상이다. 종류는 맹견에 포함되는 도사견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개떼의 본거지는 청도군 금천면 소천리 한 야산이다. 청도군과 경찰은 거의 매일같이 소천리 일대에 나가 이들 개떼의 공격을 경계하고 있다.

청도군 관계자는 "개떼 습격을 받은 염소 농장주가 최근 두 차례 개떼의 습격이 더 있었고, 인근 다른 염소농장도 개떼 습격을 받았다고 하더라. 정확하진 않지만 70마리 정도의 염소가 습격으로 죽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개떼의 습격을 받아 죽은 염소. [사진 청도군]

개떼의 습격을 받아 죽은 염소. [사진 청도군]

포획도 쉽지가 않다. 개떼가 야산에 숨어 지내기 때문이다. 청도소방서 측은 "포획을 하기 위해 개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면 어느새 산 위로 한꺼번에 우르르 달아나 숨어버린다. 입으로 불어 쏘는 '마취총'과 손으로 던져서 잡는 '그물망'도 야산에선 사실상 무용지물이다"고 했다.

청도군은 개떼를 잡기 위해 새로운 포획틀을 특수 주문한 상태다. 기존 유기견 포획틀로는 덩치가 큰 개들을 포획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일반적인 유기견 포획틀은 입구가 가로·세로 55㎝, 틀 안의 길이가 1m 20㎝쯤 된다. 특수 주문한 포획틀은 입구가 가로·세로 90㎝, 틀 안 길이가 1m 50㎝로 더 크다.

이규하 청도군 동물방역담당은 "포획틀은 개가 입구를 통해 틀 안으로 들어오면 입구 문이 순간 닫히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야생 개들이 덩치가 커서 입구 문을 더 크게 특수 주문해 만든 것"이라고 했다. 군은 돼지고기·닭고기·소시지로 개떼를 유인해 한 마리씩 포획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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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에서 먹이를 구하지 못한 야생동물은 도심까지 내려와 다양한 해를 끼친다. 인명까지 해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월 23일 경북 예천군 예천읍 석정리에서는 60대 주민이 멧돼지에 물려 숨졌다. A씨(65)는 이날 오후 7시쯤 뒷산에 갔다가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 까치·까마귀 같은 조류가 떼로 다니며 농작물·전력시설·양식장 등에 해를 입히는 경우도 있다.

경기 안산시엔 최근 갑자기 까마귀떼 3000여 마리가 출몰해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까마귀떼는 주로 이웃 지자체인 수원시에서 목격됐었다. 까마귀떼가 전깃줄에 앉아 있어 아래에 주차해 둔 차량과 인도는 새 배설물로 범벅이 됐다. 정전 사고나 질병 전파 우려도 나왔다.

야생동물이 끼치는 피해는 매년 전국적으로 300억원 수준이다. 2017년 환경부가 공개한 피해 현황에 따르면, 2011~2016년 농작물·양식장·항공기·전력시설 등에서 입은 연평균 피해액이 330억5500만원에 달했다.

청도=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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