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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이순신 동상 옮기지 못할 듯…세종대왕 높은 곳 앉아계실 분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 협력연락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식량농업기구(FAO) 한국 협력연락사무소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화문광장 재조성과 관련 “이순신장군상은 워낙 시민이 익숙해져 있어 옮기지 못할 것 같다”면서 “세종대왕상은 작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해서는 “진상조사가 끝나고 기념관이 완성되면 여기(광화문광장)에 계속 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새 광화문광장 조성과 관련 쟁점이 되고 있는이순신장군·세종대왕 동상 이전이나 세월호 기억공간 존치 문제에 대해 박 시장이 비교적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박 시장은 중동·유럽 3개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기 전인 지난 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동행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워낙 시민이 익숙해져 있어서 바꾸는 게 쉽지 않다. 비판여론도 많다”며 “이순신장군상은 옮기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대왕상에 대해서는 “시민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도 “세종대왕은 결코 황금옷을 입고 그렇게 높은 자리에 앉아 있을 분이 아니다”라는 뜻을 거듭 밝혔다. 박 시장이 세종대왕상에 대해 이런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 아니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앞에서 출정식을 가졌던 과거를 되돌아봤다.

박 시장은 “세종대왕은 큰 가뭄이 7년이나 계속 되자 광화문 앞에 초가를 짓고 살며 큰 솥 10개를 걸어놓고 굶는 사람을 먹였다”며 “신하들이 자꾸 궁궐 안으로 들어가라고 해도 3년을 초가에서 살았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2011년 첫 유세를 시작할 때 그 얘기를 했다”며 “애민정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분(세종대왕)이 그렇게 높은 자리에 앉아 계실 분이 아니다.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다만 박 시장은 “동상을 옮기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작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 (동상을 옮긴다면) 어디로 가야 하나, 그것도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어쨌든 핵심은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은 그런 옷을 입고 그 자리에 높이 앉아 있을 분이 아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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