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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네 사는데 야박하다"며 상습 무전취식 전과 29범, 결국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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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왕시에 사는 A씨(51)는 동네에서 '무법자'로 불렸다. 집 인근 시장 안에 있는 술집이나 식당 등에 들어가 술과 음식을 먹은 뒤 "돈을 내지 않겠다"며 바닥에 드러눕기 때문이다. 이를 말리는 사람에게 시비를 걸어 싸움하고 물건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려 경찰이 출동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무전취식과 업무 방해 등 같은 전과만 모두 29차례. 그러나 경찰서 등을 다녀온 뒤에도 A씨는 변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1만~2만원을 내지 않았다고 한 동네 사는 사람을 신고하는 건 너무 야박하지 않으냐"며 인정(人情)에 호소해 합의하거나 신고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경찰에 잡혀가도 금방 훈방 처리되기 일쑤다 보니 동네 주민들도 피해를 보아도 으레 그러려니 신고는 못 하고 속만 썩어야 했다.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경찰은 몰래 A씨의 행적을 조사했다. 지난 2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5개 주점과 식당 등에서 무전취식을 하고 난동을 부린 것으로 확인됐지만 상인들은 신고도 못 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었다. 결국 경찰은 A씨를 무전취식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확인된 범행은 5차례이지만 A씨가 평소 동네에서 악명이 높았고 피해자들이 신고 등을 꺼렸던 점 등을 볼 때 피해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3월부터 지난 2일까지 생활 속 악성 폭력 범죄를 특별 단속해 1764명을 적발, 61명을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A씨 같은 생활 침해 갈취·폭행이 1395명(52명 구속)으로 가장 많았고 택시 등 대중교통 폭력 사범 311명(7명 구속), 병원 응급실 등 의료현장 폭력 사범 54명(2명 구속), 대학 내 폭력 사범 4명 등이었다.
피의자들은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였다. 61.7%인 861명이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술이 깬 뒤엔 "술 때문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고 변명하기도 했다. 비슷한 전과로 처벌받았음에도 또 범행한 재범자도 81.2%(1134명)에 달했다.

구속된 이들 중에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불법행위를 신고하겠다"며 안양지역 안마시술소 11곳에 전화해 700만원을 갈취한 30대 남성과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동안 기자를 사칭해 건설현장 28곳에서 2300만원을 뜯어낸 50대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 단속 기간은 종료됐지만, 주민을 대상으로 한 현장 간담회 등 지속적인 홍보로 생활 속 악성 폭력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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