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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윤중천 몰라, 별장 당연히 안 가”…'모르쇠' 의도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건설업자 윤중천(58)씨로부터 뇌물 및 성접대를 받은 의혹을 받는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이 12일 검찰의 2차 조사에서 "윤중천을 모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차관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윤씨를 "모른다"며 혐의를 일체 부인 함에 따라 검찰은 이날 조사를 마친 뒤 기록 검토를 거쳐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학의 "윤중천 몰라…당연히 별장도 안 가" 

'별장 성접대와 뇌물 의혹사건' 정점에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재출석하고 있다. [뉴스1]

'별장 성접대와 뇌물 의혹사건' 정점에 있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재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날 오후 1시 검찰에 출석한 김 전 차관은 "금품을 받은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느냐", "별장 동영상 속 남성이 본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재소환한 김 전 차관을 상대로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김 전 차관은 6시간 동안 조사를 받은 후 이날 오후 7시15분쯤 귀가했다. 조사를 마치고 동부지검 청사를 나오면서도 "윤중천씨를 정말 모르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씨와 또 다른 사업가 A씨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윤씨로부터 "김 전 차관이 1000만 원 상당의 그림을 가져갔고, 검사장 승진 당시와 2007년 전후 명절마다 수백만 원씩 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또 지난 2008년 김 전 차관이 윤씨에게 이모씨로부터 받을 돈 1억원을 포기하도록 했다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도 수사단은 들여다보고 있다. 이씨는 윤씨와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온 여성이다.

하지만 검찰에 따르면 김 전 차관은 지난 9일 1차 조사에 이어 이날 2차 조사에서도 "윤씨를 모른다"고 진술했다. 윤씨를 모르기 때문에 별장엔 간 사실이 없고 '별장 동영상' 속에 나오는 인물도 자신이 아니라고 부인했다는 것이다. 앞선 1차 조사에서 윤씨와의 대질을 거부한 이유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대질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김학의 '황당 진술'… 의도는?

태국으로 떠나려다 출국이 제지된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3월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귀가하고 있다. [JTBC 캡처]

태국으로 떠나려다 출국이 제지된 김학의 전 차관이 지난 3월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빠져나와 귀가하고 있다. [JTBC 캡처]

김 전 차관이 "윤씨를 모른다"고 진술함에 따라 김 전 차관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선 사건 발생이 2007년 전후로 오래된 사건이라 객관적 입증 자료가 없을 것이란 걸 김 전 차관 측이 노렸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법무법인 이현의 신병재 변호사는 "오래 전 발생한 사건이라 통화기록 등이 거의 없을 가능성이 크다"며 "두 사람이 같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없다고 김 전 차관이 판단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이 개별 혐의에 대한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을 대비해 사건 자체를 '무효'로 하려는 전략이란 관측도 나온다. 검찰 출신인 법무법인 에이스 정태원 변호사는 "윤씨를 안다고 인정할 경우 계속 개별 혐의에 대한 검찰 추궁이 이어졌을 것"이라며 "김 전 차관이 마땅한 방어 전략이 없는 상황에서 '차라리 처음부터 검찰이 다 입증하라'는 식으로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차관의 '모르쇠' 전략이 결국 자기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검찰이 수사 기록으로 객관적으로 입증이 가능한 상황에서 피의자가 '모르쇠 전략'을 취할 경우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김 전 차관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의 주요 사유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과 윤씨의 친분은 수사 기록을 통해 충분히 입증이 가능하다"며 "향후 추가 조사 없이 김 전 차관에 대한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기정·편광현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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