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 사진, 죽으라고 찍으면 는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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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5호 21면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권혁재의
핸드폰 사진관
권혁재 글·사진
동아시아

권혁재가 사진을 잘 찍는 이유는? 첫째, 좋은 카메라를 가졌다. 둘째, 잘 나올 때까지 찍는다. 셋째, 잘 나왔다고 우긴다. 동료인 권혁재 사진전문기자를 놀려먹을 때 하던 말인데, 그때마다 “허허” 사람 좋은 웃음으로 일관하던 그가 속으론 마음이 좀 상했나 보다. ‘핸드폰’으로 찍기 시작한 거다. ‘카메라가 좋아서가 아니거든!’

그래서 네 번째 이유를 만들었다. ‘노상 찍는다.’ 실제로 출퇴근 길에 핸드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찍고 있는 그를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길바닥을, 담벼락을, 하늘을…. 한여름 땡볕 아래서 펄펄 끓는 아스팔트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배수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모습도 봤다.

그렇게 탄생한 ‘권혁재만의 세상’이 이 책이다. 끊임없이 찾아다니고 하염없이 기다리며 누누이 눈높이를 바꿔가면서, 길바닥에서 뭉크를 보고 대리석에서 나무를 찾고 자동차 트렁크 위에서 숲을 일궈냈다. 권혁재가 사진을 잘 찍는 다섯 번째 이유가 그것이다. ‘죽으라고 찾는다.’ 세상을 보는 건 결국 렌즈가 아니라 사람의 눈인 까닭이다.

이훈범 대기자/중앙콘텐트랩 cielble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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