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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영상 거론되는 류현진, 얼마나 해야 탈 수 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류현진은 지난해 부상만 아니었다면, 류현진은 사이영상 후보로 거론됐을 것이다."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 [로이터=연합뉴스]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 [로이터=연합뉴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내야수 저스틴 터너(35)가 '괴물 투수' 류현진(32)를 향해 한 말이다. 그는 지난 8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류현진은 매우 과소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굳이 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충분히 받을 만한 선수"라고 강조했다. 터너의 믿음처럼 '류현진이 사이영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기류가 생겨나고 있다.

사이영상은 한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투수에게 주는 상이다.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겐 꿈의 상이다. 사이영상의 '사이(Cy)'는 사이클론(태풍)의 약자다. 엄청난 위력의 공을 던지는 덴튼 트루 영의 별명이 '사이 영'이었다. 그는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 승리 기록(511승) 등 수많은 대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설이다.

사이영상은 그의 별명을 따서 1956년부터 제정됐다. 원래 메이저리그 양대리그를 합쳐 한 명의 투수에게만 줬지만, 1967년부터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로 나눠 각각 1명씩 주고 있다. 정규시즌이 끝나면 야구 전문 기자들이 1~5위까지 뽑는데, 1위 7점, 2위 4점, 3위 3점, 4위 2점, 5위 1점을 부여한다. 총점이 가장 높은 투수가 수상한다.

류현진은 10일 현재까지는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에서 최고의 투수로 꼽힌다. 완봉승 1회를 포함해 4승(1패)을 거두고 있다. 내셔널리그 승리 3위다. 평균자책점 2.03은 내셔널리그 4위다. 무엇보다도 볼넷이 적다. 44와 3분의 1이닝을 던지는 동안 볼넷은 2개만 기록하고 있다. 9이닝 당 볼넷은 0.41개로 단연 1위다. 삼진/볼넷 비율은 22.5(삼진 45개, 볼넷 2개)로 압도적 1위다.

예전에는 사이영상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평균자책점, 다승, 승률 등 전통적인 기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더욱 세밀한 기록에 주목한다. 수비력, 구장의 성향 등 다양한 요소도 고려해 투표하고 있다. 즉, 류현진처럼 볼넷이 적고 투구 수를 잘 관리하는 효율적인 피칭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이 전통적인 기록 평가를 깬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0승 9패로 역대 최저 승수 수상자가 됐다. 그러나 평균자책점이 1.70으로 낮았다. 또 29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를 달성하는 등 기복이 없는 꾸준한 투구로 사이영상을 거머쥘 수 있었다.

최근 5년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최근 5년간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류현진은 지난달 내전근 통증으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는 했지만, 매 경기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류현진은 올 시즌 바람은 "부상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정상적으로 돌면서 정규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의 모습을 이어간다면, 사이영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사이영상 예측 시스템도 류현진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류현진은 사이영상 예측 점수 53.4점으로 내셔널리그 2위에 올라있다. 1위는 팀 동료인 켄리 잰슨(54.6점)이다. 류현진이 수상한다면 사이영상 64년 사상 최초 아시아 선수 수상자가 된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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