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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은 고객이 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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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품 메이커들은 새 상품 출시를 앞두고 구매력이 큰 소수 VIP고객들을 호텔로 모셔다 놓고 상품에 대한 설명회를 한다. 구전 효과가 높기 때문이라고 회사 관계자들은 말한다.

0.1%의 마음을 잡아라-.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은 요즘 이른바 'VVIP 마케팅'에 한창이다. 구매력이 뛰어난 10~15명 내외의 극소수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귀족 마케팅이다.

방법은 이렇다. 고가의 새 화장품 출시를 앞둔 회사들은 론칭 2~3주 전쯤, 고객 선별에 들어간다. 자사 VIP고객이나 프라이빗뱅킹 VIP, 특급 호텔 멤버십 회원, 수입 자동차 고객 등이 대상이다. 이들 중에서도 까다로운 선별 요건에 부합하는 고객만 고른다. 고객이 브랜드를 택하는 게 아니라 브랜드가 고객을 선별하는 셈이다.

고객 선택이 끝나면 특급호텔 스위트룸을 빌려두고 초대장을 보낸다. 새 화장품을 먼저 써볼 기회를 줄 테니 와서 체험해보라는 내용이다. 근사한 외제 승용차나 모범택시를 이용해 고객을 호텔까지 모셔간다.

호텔 스위트룸에 도착하면 고객 1명당 직원 1명씩 붙어 1대1 마케팅을 한다.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피부.메이크업 컨설팅도 해준다. 행사 중간 중간에 간식을 제공하거나 아예 몇 십만 원하는 풀코스 식사를 대접하기도 한다.

선물도 빠뜨리지 않는다. 샘플 세트를 주는 게 보통이지만 상황에 따라 값비싼 화장품 세트를 무료로 주기도 한다. 지난해 말 한 화장품 회사는 260만 원짜리 에센스 세트를 참석 고객에 선물로 안겨주기도 했다. SKⅡ는 지난달 30일 리츠칼튼 호텔에서 연 바자회에 VIP고객을 초청해 이 회사 베스트셀러 아이템을 30~70%까지 할인해주는 프로모션을 했다.

이 같은 이벤트에 초대되는 고객은 극히 제한된다. 15명 내외가 대부분이고 많아봐야 20~30명 정도다. 상품을 팔아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게 아니라 이미지를 팔기 위한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행사 때 몇 개 팔아 이익을 내기 위한 게 아니다. 가격에 상관없이 자신을 위해 얼마든지 투자할 의사가 있는 소수를 우리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소수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마케팅이지만 그 효과는 무시 못 할 정도라고 업계는 소개한다. 초대되는 회원들은 저마다 각계각층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이어서 구전만으로도 의외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정수량 상품의 경우 15명 내외의 고객을 모아두고 하는 설명회만으로도 출시 2~3일 만에 매진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일체의 광고.마케팅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VVIP 마케팅은 설화수.후 등 국내 고가 브랜드를 비롯해 샤넬.드라메르.SKⅡ.겔랑.랑콤.에스티로더.크리스챤디올 등 해외 명품 회사들이 주도 하고 있다. 주로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하는 고가 상품의 출시를 앞두고 한다.

이들 화장품 회사는 VVIP 고객을 위한 커뮤니티 형태의 클럽.뷰티클래스 등도 운영하고 있다. 역시 인원은 많지 않다. 10~20명 정도의 소그룹을 짜서 뷰티.문화 강좌 등을 정기적으로 열어준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클럽'을 운영 중이다. 음악.미술.섬유.공예 등 각 분야 명사들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론칭 행사나 여러 가지 이벤트에 초대하는 것은 물론 회원들이 전시회.연주회 등을 열 때 회사 측이 후원도 해준다.

샤넬은 '에꼴 드 프레씨지옹'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VIP회원을 초대해 스킨케어.메이크업 등을 해주는 뷰티클래스 프로그램이다. 참석 고객에는 화장품 선물도 준다.

크리스챤 디올은 VVIP고객 모임인 '플래티넘 클럽'을 운영 하고 있다. 뷰티클래스.론칭행사 초대 등을 비롯해 한정수량 상품 출시 시 예약 우선권을 준다. 사전 예약을 통해 가까운 디올 매장에서 스킨케어.메이크업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랑콤은 새 화장품 출시 전 프리미엄 뷰티클래스를 진행하고 있다. VVIP 고객에 신상품을 먼저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조인스닷컴 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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