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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손놓은 국회, 법안소위 4개월간 평균 2번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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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회의 핵심 기능은 법을 만드는 것, 즉 입법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상임위 법안소위→상임위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를 거쳐 최종 입법된다. 이 중 법안소위는 논의의 시작 단계이자, 법안을 가장 꼼꼼히 검토하는 단계다. 국회 관계자는 “법안소위는 입법 과정의 핵심이다. 이 단계가 부실하면 국회의 입법 기능이 전체적으로 부실해진다. 국회의원이 일을 열심히 했는지 알고 싶다면 법안소위가 얼마나 열렸는지 보면 된다”고 말했다.

입법 논의 시작 단계부터 부실화 #문체위는 올해 회의 한번도 안해 #7월 시행 국회법엔 월 2회 명시

올해 법안소위는 얼마나 개최됐을까. 중앙일보가 국회 사무처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1월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약 4개월간 14개 상임위(겸임 상임위 제외)의 법안소위 회의 개최 일수는 49일이었다. 상임위마다 하나 혹은 두 개의 법안소위를 두고 있기에, 법안소위별 평균 회의 일수는 2.1일이었다. 수치로만 따지자면, 국회 상임위에서 올해 4개월 동안 법안 심사를 한 날짜는 고작 이틀에 불과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상임위가 법안을 열심히 심사했을까. 상대적으로 환경노동위의 고용노동소위(6일)와 교육위의 법안소위(5일)가 활발했다.

환노위의 고용노동소위는 탄력근로제 기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민감한 법안이 많았고, 그에 따라 회의도 여러 번 열렸다. 교육위 법안소위원장인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소위는 매월 둘째, 넷째 수요일에 회의를 열자고 약속했다. 여야 갈등이 첨예해도 회의 일정은 가급적 지켰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위 법안소위는 단 한 차례의 회의도 열지 않았다.

7월부터 시행되는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은 법안소위를 최소 월 2회 이상 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4개월간 법안소위는 왜 열리지 않았을까. 이는 국회 파행과 직결돼 있다. 1월엔 한국당 등 야권이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투기 국정조사 등을 요구했지만, 여당이 거부했다. 2월에는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에 반발하며 한국당이 보이콧 선언을 해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았다. 3월엔 임시 국회가 열려 ‘임세원법(의료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지만, 4월 임시국회는 선거법·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신속처리법안) 지정을 두고 여야가 충돌하며 무산되고 말았다.

국토교통위 민주당 간사인 윤관석 의원은 “한국당은 국회 상황이 풀려야 법안소위를 열 수 있다고 하지만, 법안소위는 원내대표 간 협상과 별개로 자유롭게 여는 게 상식이자 관례였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는 “선진국 의회를 보면 법안소위를 중심으로 운영되는데, 대한민국 국회는 철저히 원내 상황에 귀속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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