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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지지율 차 6%P인데…'한국당 해산' 청원은 왜 8배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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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남의 이야기하듯 할 게 아니라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정치권의 대립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남의 이야기하듯 할 게 아니라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을 해산시켜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0일 오후 10시 현재 137만명을 넘겨 최고 기록을 세웠다. 종전 기록은 강서구 PC방 살인범 김성수를 강력처벌해 달라(119만 2000명)는 청원이었다. 한국당 해산 청원은 지난 22일 처음 등장했고, 청와대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28일 돌파했다. 이후 이틀 만에 100만명 이상이 몰린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해산시켜달라는 국민청원(30일 오후 10시 현재 18만1000명)에 비해 8배 가량 많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와 다르다.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2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38%, 한국당 지지율은 31.5%를 기록, 두 당의 지지율 격차는 6.5%포인트에 불과했다. 최근 한국당 지지율이 상승추세이고, 반면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가 하락세라는 점에서도 다소 의외의 결과다.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 게시판에 등장한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 게시판에 등장한 자유한국당 해산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 게시판에 등장한 더불어민주당 해산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청와대 국민소통 광장 게시판에 등장한 더불어민주당 해산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①보수층의 文 청와대 기피=한국당 지지율과 상반된 청와대 국민청원 결과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수층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반감이 청와대 청원 자체를 거부하거나 무시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임동욱 한국교통대 교수는 “청와대 청원이란 게 대통령에 대한 부탁 혹은 읍소의 구조 아닌가. 한국당 지지자라면 ‘문 대통령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한다'는 것 자체가 내키지 않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 정부 부처가 시행한 각종 여론조사에 야당 지지자의 참여가 적었다”며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진 서비스 아닌가”라고 말했다.

반면 엄태석 서원대 교수는 "한국당 해산 요청의 급증은 황교안 체제 후 지지율 상승이 예상보다 강해지자 이에 위기감을 느낀 진보의 결집"이라고 풀이했다.

②’소수의 여론조작‘ 의혹=이틀 만에 한국당 해산에 100만명이 동의하자 일각에선 소수가 편법을 동원해 수치를 부풀릴 거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청와대 홈페이지 접속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지난 3월의 베트남 접속자가 14%에 달하는 등 베트남에서의 접속량이 23배나 폭증했다는 것도 조작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베트남에서 접속한 트래픽은 대부분 3월 14, 15일 이틀간 집중됐다. 베트남 언론에서 가수 승리의 스캔들, 장자연씨 사건 등을 보도했고, 청와대 청원 링크를 연결해 소개했다”며 “3월에 베트남에서 청와대 홈페이지로 유입된 전체 트래픽의 89.83%는 장자연씨 관련 청원이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고 대변인은 “청와대 국민청원 방문자가 급증한 4월 29일 기준, 청와대 홈페이지 방문을 지역별로 분류해보니 97%는 국내에서 이뤄졌다. 이어 미국 0.82%, 일본 0.53%, 베트남 0.17% 순”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도 “청와대에는 다양한 주제의 국민청원이 올라온다. 박항서 감독 관련 이슈라면 베트남에서도 관심 가질 수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청와대 국민청원 회의론도 나온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30일 페이스북에 “특정 정당의 해산을 놓고 청와대 청원 수로 주장의 적합성을 따지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30만 명을 넘긴 게 윤지오씨가 살해 위협을 받는데 경찰은 경호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청원"이었다며 “대량 생산한 네이버 아이디로 벌어진 정치적 사건은 드루킹과 바둑이 사건임을 잊지 말자”고 꼬집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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