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박찬욱 초대전 “이정표에서 삶의 복선을 읽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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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박찬욱 초대전. [사진 에이블갤러리]

서양화가 박찬욱 초대전. [사진 에이블갤러리]

이정표는 목적지의 위치와 거리를 알려준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정표는 거리나 방향을 알려주는 대신, 평면과 입체의 회색지대처럼 보였나 보다.

서양화가 박찬욱(67) 작가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만났던 이정표의 모습이다. 박 작가는 “길을 걷다 우연히 마주친 낡은 간판이나 영원히 굴러가는 거대한 풍력발전기의 날개, ‘유턴하시오’ 표지판에서 삶의 은밀한 암시와 복선을 읽었다”고 말한다.

서양화가 박찬욱 초대전. [사진 에이블갤러리]

서양화가 박찬욱 초대전. [사진 에이블갤러리]

박찬욱 작가가 붓을 잡은 지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다. 5월 1일부터 17일까지 갤러리 에이블 파인아트 뉴욕 서울(Able Fine Art New York Gallery in Seoul·이하 에이블 서울)에서 개최하는 초대전이다.

가끔 마지못해 단체전에 작품 몇 점을 건네준 적은 있지만, 장시간 개인전을 개최하지 않았던 이유로 그는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박 작가는 “문득 모든 것이 모래처럼 손아귀를 빠져나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버려진 나무판을 주워들었다”고 달라진 심경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수없이 만지고 칠하고 광택을 내어 나무판에 의미심장한 단서들을 박제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가 인생에서 만났던 수많은 유턴 사인 앞에서 기록한 삶의 단서들은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69 에이블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SIGNS’을 주제로 개최하는 박찬욱 개인전은 ‘Destination’, ‘The Onset’ 등 최신작 약 20점을 공개한다. 오프닝 리셉션은 5월 3일 금요일 오후 4~6시. 관람 시간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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