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아베와 밀월 과시 뒤 “韓, 내년 방위비 더 많이 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박 2일 정상회담 직후 위스콘신주 유세에서 "한국에 내년엔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더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말했다.[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1박 2일 정상회담을 한 직후 한국에 “내년에 방위비 분담금을 훨씬 많이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저녁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유세에서 “특정 국가의 이름은 언급하지 않겠지만 전화 한 통으로 올해 5억 달러를 더 내게 했다”며 한 발언이다. 전날엔 아베 총리 부부와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49번째 생일 축하 만찬을, 이날은 아베와 통산 네 번째 골프회동을 하는 등 미·일 공조를 과시한 뒤 한국에 또다시 방위비 청구서를 내민 셈이다.

미·일 1박 2일 정상회담 후 유세 발언 #"전화 한 통으로 5억 달러 더 내게 해, #예산 이유로 봐줬지만 훨씬 많이 내야 #日, 미국 신차 공장 400억달러 투자" #金 '북·중·러' 복원에 "한·미·일 공조"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도중 무역에서의 성과를 과시한 뒤 “우리에게 매년 방위비로 50억 달러를 부담하는 나라가 있는 데 그들은 5억 달러밖에 분담하지 않는다”며 한국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꺼냈다. “누구도 난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이번엔 직접 이름은 거명하진 않았다.
그는 하지만 “나는 그 나라에 전화해 ‘우리가 매년 45억 달러를 손해 보는 데 이건 미친 짓이며, 더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하자 그가 당황하더라”며 “그는 ‘예산이 이미 정해져 5억 달러밖에 못 내겠다’고 해서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 합의를 싫어하기 때문에 자랑하는 건 아니지만 전화 한 통에 5억 달러를 내게 했다”며 “나는 ‘이번엔 사정을 이해하지만, 내년엔 우리가 훨씬 많이 요구할 것이며 당신네가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못박았다”라고도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클럽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뒤 사진을 트윗으로 공개했다.[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를 명시하진 않았지만 한미가 지난해(9602억원)보다 8.2% 오른 올해 1조389억원의 제10차 분담금 협정(SMA)을 가서명한 지 이틀 후 "한국이 5억 달러를 더 내게 했다"는 주장을 반복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한국은 우리에게 50억 달러의 부담시키면서 5억 달러만 내고 있었는 데 내 전화 두어 통에 5억 달러를 더 내기로 합의했다"며 "앞으로 수년에 걸쳐 오를 것이며 아주 멋진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는 전화 두어 통이 한 통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관련기사

트럼프 "韓, 내 전화 두어통에 방위비 5억달러 더냈다"

이날 유세에선 "트럼프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질 협상가"라고 자화자찬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았다. 유세에 앞서 이날 오후 2시까지 아베 총리와 버지니아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쳤다. 그런 뒤 트윗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멋진 날을 보냈다. 우리는 아름다운 포토맥 강변에서 무역과 다른 많은 주제에 대해 대화하면서 골프 한 라운드를 빨리 돌았다”고 적었다. 유세에선 “우리는 매년 680억 달러의 대일 무역적자에 대해 재협상하고 있다”며 “그는 미국에 자동차 공장을 짓는 데 토요타 140억 달러를 포함해 4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했다.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27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부인 아키에 여사와 워싱턴 국립수목원, 워싱턴 기념탑 등을 둘러본 뒤 사진을 공개했다. 전날엔 아베 총리 부부와 자신의 49번째 생일 축하 만찬을 함께 했다.[트위터]

미·일 두 정상은 26일 단독ㆍ확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미·일 양국 및 한·미·일 3국 공조"를 재확인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첫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제재 완화 지지를 요청하며 ‘북·중·러 연대’ 복원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한·미·일 공조 복원으로 맞불을 놓는 모양새가 됐다.

뉴욕 타임스는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만 포기하는 합의를 걱정한 일본 입장에선 하노이 교착 상황은 긍정적 뉴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영변 핵시설 폐쇄 대가로 제재를 해제해달라는 김 위원장의 요구를 거부하는 한 미·일 정상은 계속 같은 페이지에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1970년대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아베 총리와 김 위원장의 첫 북일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완전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아베 총리의 발언을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