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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튼튼한 외양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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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2011년 7월 27일 아침. 듀폰코리아 직원들은 회사에서 온 단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기습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있으니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재택근무를 하라는 내용이었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놀랄 일이었겠지만 이 회사 직원들은 태연하게 지시에 따랐다. 몇 년 전 기습 폭설이 있었을 때 전 직원이 조기 퇴근을 한 적도 있었다. 100년만의 폭우가 쏟아진 이날, 서울 우면산에선 산사태로 16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2월 한화 대전공장 폭발사고로 3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산업재해로 인한 연간 경제적 손실은 17조원이 넘는다. 1인당 총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다지만 산업재해만큼은 ‘후진국’ 소리를 들어도 변명하기 어렵다.

세계적 화학회사 듀폰의 전 세계 공장과 사무실엔 문턱이 없다. 복도가 꺾이는 곳엔 반드시 볼록거울을 설치하고, 펜이나 가위처럼 뾰족한 물건을 필기구통에 넣을 때엔 반드시 날카로운 쪽이 아래로 가도록 해야 한다. 사규로 정해져 있어 고의로 어기거나 반복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 듀폰은 흑색화약을 생산했던 사업 초기, 몇 차례의 폭발사고를 겪었다. 1815년에 있었던 폭발사고로 전체 직원의 3분의 1이 사망하고 창업자의 부인도 큰 부상을 입었다. 이런 사고를 겪은 뒤 듀폰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일터’로 변신했다.

사람이 하는 일에 실수가 없을 순 없다. 아무리 확인해도 허점이 있기 마련이다. 듀폰은 ‘훈련된 집단의 눈’이 실수를 제로(0)에 가깝게 해준다고 믿는다. 확인하고 또 확인하면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하지만 다시는 소를 잃지 않도록 튼튼한 외양간을 짓지 않는다면 더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 가족과 이웃의 안전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