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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부석』 여자의 '근 현대적으로 소화 |『우 정』 향수 곁들여 무리 없이 시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모든 시는 그것이 자애이든 인간이나 자연에 대한 사랑이든 혹은 생활의 정이든 사랑을 바탕으로 노래되는 서정세계다.
금주의 작품들은 그 정서가 그리움의 정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그 정서상의 굴절 상은 얼마씩 다르다.
시적 정서란 대상과 일치하지 않는데서 갈등이 야기되고 시적 긴장감이 일게된다. 바로 이 서정적 긴장감이 감동의 폭과 심도를 이루는 것이다.
시란 바로 인간의 고조된 감정상대를 승화하여 표현하는 예술이며 더구나 형식이 짧은 시조에 있어서는 이를 응축하고 내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할 것이다.
김현희의 <망부석>은박제상의 전설을 제재로 한 작품이면서도 조금도 고루하지 않다. 아마 이는 작자의 시적 감수성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박제상을 기다린 인고에 찬 세월과 아픔은 돌로 굳음으로써 오히려 영원한 생명력을 얻고 있다.「조각달 정조대…·」삼는 정절과「실바람에도 하염없이 우는 돌」의 아픔은 한민족 전통적 정서요 한국여인의 한의 정서일 것이다.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작자는 포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김경원의 <메밀꽃 마을> 은 이효석의 소설<메밀꽃 필 무렵>에서 제재를 선택 한 작품이다.
제재의 선택 면에서는 같은 것이며 앞 작품이 전통적 정서를 노래한 것이라면 이 작품은 향토적 정서를 떠올리고 있다.
김은주의 <성산」일출봉>은 더 나아갈 수 없는 사랑으로 한 채의 성을 애틋하게 쌓고 있고 천선영의<지정>은 다하지 않은 우정을 향수에 곁들여 노래한 무난한 시조라 하겠다. <김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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