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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름 깊은 LG화학...ESS 화재·가동 중단에 영업이익 반토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충산 서산에 있는 LG화학의 대신공장 전경. [사진 LG화학]

충산 서산에 있는 LG화학의 대신공장 전경. [사진 LG화학]

LG화학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전지 부문 등 주요 사업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지난해와 비교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다. 성에 차지 않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게 LG화학 측 설명이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주 잔고가 충분하다는 게 LG화학의 ‘믿는 구석’이다.

24일 LG화학은 올해 1분기(1~3월) 매출 6조 6391억원, 영업이익 2754억원, 순이익 2119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매출은 전 분기와 비교해 9.6%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4.9%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6508억원)과 비교하면 57.7%나 줄었다.

LG화학은 전지 부문의 계절적 비수기 요인과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로 인한 가동 중단 등을 실적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정호영 LG화학 최고운영책임자(COO·사장)는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ESS에서 1200억원 정도의 손실이 있었다"며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을 위한 비용을 100% 책임진다는 전제로 충당금 규모는 800억원 정도, 국내 시장에서 출하를 전면 중단해 이에 대한 손실이 40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ESS 화재사고는 지난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에서 시작됐다. 이후 지난 1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21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와 기업이 나서 화재 원인 조사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LG화학의 경우 LG화학 배터리가 들어간 ESS 396개소에 대해 지난 1월 중순 가동 중단을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ESS 가동 중단에 따른 월 손실 규모를 3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 모습 . [사진 LG화학]

LG화학의 오창 전기차배터리 생산라인 모습 . [사진 LG화학]

LG화학이 최근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전지 부문이 실적악화를 불러왔지만 앞으로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정 사장은 "전지사업은 올해 연 10조원, 자동차 전지 비중 50%를 넘을 것"이라며 "하반기로 가면서 이익이 개선돼 연간 기준으로 손익분기점(BEP) 수준 이상을 달성하는 데 무리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LG화학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는 110조원 규모다.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업체와 경쟁이 심화하는 점에 대해서도 LG화학은 '수익성 중심 수주' 기조를 따를 것이라고 했다. 정 사장은 "일부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가격으로 수주경쟁에 뛰어들고 있다"며 "LG화학은 수익성과 경제성이 전제되지 않으면 수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주를 위한 저가공세 대신 LG화학 배터리의 기술력과 성능으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미다.

부문별로 보면 올해 1분기 LG화학은 석유화학 부문에서 매출 3조 7488억원, 영업이익 398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6%, 33.4% 떨어졌다. 정 사장은 "대산 NCC 공장 대정비를 실시했지만 개선 폭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가가 올라 원재료 가격이 뛴 것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첨단소재 부문은 매출 1조 2339억원, 영업이익 35억원을 기록했다. 생명과학 부문은 매출 1435억원, 영업이익 118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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