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한나라당 일색 지방정부, 감시·견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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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제4기 민선 지방자치가 3일 출범했다. 1995년 지방자치가 새로 시작된 지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짧은 연륜에 비해 지방자치는 상당히 안정적으로 정착됐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더군다나 이번 4기에는 광역단체장 16명 가운데 8명,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118명이나 새 인물이다. 따라서 지방자치가 한 단계 더 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까지 싹쓸이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다. 서울만 봐도 시장은 물론 25개 구청장, 시의원 106명 가운데 102명이 한나라당이다. 다른 당은 교섭단체조차 구성할 수 없는 지경이다. 자칫 브레이크 없는 열차가 돼 독단과 전횡의 폭주를 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힘을 몰아준 시민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도 여론을 적극 수렴하고, 자체 정화와 근신의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부정과 비리가 기생할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 1기 자치단체장 245명 가운데 23명(9.3%), 2기 248명 가운데 60명(24.2%), 3기 248명 가운데 78명(31.5%)이 재직 중 뇌물수수와 횡령 등으로 기소됐다. 5.31 지방선거도 공천과정에서부터 잡음도 많았다. 기초단체장 2명은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고, 이들을 포함해 5명이 직무정지 상태다. 선거 때 돈을 많이 쓰고 나면 본전 생각이 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지방자치는 그 취지가 퇴색하고, 그 부담이 고스란히 지역주민에게 넘어간다. 표를 준 주민의 믿음을 배신하는 행위다. 인사에 사심을 개입시키고, 이권에 손대는 일은 하지 않기 바란다.

지역주민들은 선거 때 내걸었던 화려한 공약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공약이 선거 때 표를 모으기 위한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임기 내내 땀 흘려 공약을 실천하고 그 결과로 다시 주민의 평가를 받겠다는 각오로 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