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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이젠 형질이 바뀌어야 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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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하이(威海)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중국 도시다.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면 기내식 먹기가 무섭게 도착한다. 1시간도 안 걸린다. '인천의 새벽 닭소리는 웨이하이에서도 들린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챠오쥔 웨이하이 상무국장 인터뷰 #“인천-웨이하이 항공, 항구 연동 프로젝트 진행"

그러기에 한국과의 교류도 폭넓다. 시내 중심지에 '한러팡(韓樂坊)'이라는 이름의 코리아타운이 형성되어 있다. 한국 음식, 한국 상품, 한국 기업이 밀집해 있다. 중국 속 작은 한국이다. 사드 사태 이후 주춤하고 있지만, 밤이면 젊은이들이 나와 한국 문화를 즐긴다. 중국에 자리 잡은 대표적인 코리아타운으로 꼽힌다.

웨이하이시 한러팡 입구. 웨이하이의 자매시인 여수시가 기증했다./웨이하이=한우덕

웨이하이시 한러팡 입구. 웨이하이의 자매시인 여수시가 기증했다./웨이하이=한우덕

웨이하이는 우리나라 경제의 중국 진출이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거점 도시다. 웨이하이는 중국 정부가 정한 '한-중 FTA 지방경제 협력 시범 도시'다. FTA 관련 협력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인천 송도에 있는 '웨이하이관(威海館)'이 그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웨이하이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해외 직구 종합 시험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중국으로 가는 전자상거래 물품은 웨이하이 보세구로 모인 후 중국 각 도시의 소비자 가정으로 배달된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상품 역시 웨이하이 보세구 창고에 모였다가 인천항으로 간다. 한-중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허브 도시인 셈이다.

웨이하이가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국과 중국이 마주 보고 있는 서해에 '해상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4항연동(四港聯動)'이 그것이다. 웨이하이 시 정부에서 대 한국 경제협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챠오쥔(喬軍) 상무국 국장을 만났다.

챠오쥔 웨이하이시 상무국 국장

챠오쥔 웨이하이시 상무국 국장

- '4항연동'은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웨이하이의 공항과 항구, 인천의 공항과 항구를 연결해 글로벌 물류망으로 발전시키자는 프로젝트다. 우선 인천시와 한-중 중추 물류망으로 만들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통관 간소화, 물류센터 구축 등의 작업을 하고 있다.

- 장기적인 물류망 비전이 궁금하다.

인천공항은 세계적으로도 잘 알려진 국제 항공 운수 허브다. 중국에서 미주, 유럽으로 가는 항공 물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웨이하이는 중앙아시아와 유럽으로 연결되는 대륙 육상 물류의 시발점이다. 중국이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의 출발점이다. 여기에 해상 운송까지 받쳐주면 유럽-웨이하이-인천-미주 등을 잇는 국제 물류의 '항금길'을 뚫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 시작이 바로 4항연동이다.

- 웨이하이는 한-중 전자상거래 상품 물류에서 어떤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

작년 약 20억3000만(약3400억 원)의 전자상거래 물품이 웨이하이를 통해 한국으로 갔다. 한-중 전자상거래 규모로는 중국 도시 중 가장 많은 액수다. 웨이하이는 중국 정부가 지정한 '해외 직구 물류 거점 도시'다. 가장 빠른 속도, 가장 낮은 비용으로 통관 절차가 진행된다. 웨이하이는 지금 기존 시내 보세구보다 서너배 큰 제2의 보세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기업들이 웨이하이 보세구에 있는 물류 창고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시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웨이하이의 코리아 타운인 '한러팡'에 자리잡은 한 제과점. 현재 웨이하이에서는 800여개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 웨이하이=한우덕 기자

웨이하이의 코리아 타운인 '한러팡'에 자리잡은 한 제과점. 현재 웨이하이에서는 800여개 한국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 웨이하이=한우덕 기자

- FTA 시범 도시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한중은 지금 FTA 서비스 협상을 진행 중이다. 시범 도시로서 협상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헬스(보건), 미용, 성형,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개방하기 어려운 분야를 먼저 시험적으로 개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웨이하이는 FTA 사업의 교두보가 될 것이다.

- 웨이하이의 한국 기업 진출 상황은 어떤가?

현재 약 800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한창 전성기에는 3000개 정도였지만 많이 줄었다. 임가공 업체들이 철수한 탓이다.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의 대중국 투자도 질적으로 변해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기업들은 크게 두 종류로 본다. 첫째는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 둘째는 중국 소비자들을 겨냥한 상품(서비스) 거래 분야다. 웨이하이 시 정부는 첨단 제조업, 바이오, 헬스, 금융 등 분야 한국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웨이하이=한우덕 차이나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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