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가술술] 아이가 우유 달라 말할 때 "Milk! " 한마디면 충분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5면

◆ 목적이 있어야 한다

소통의 실패는 부정확한 발음, 틀린 문법 등 여러 요인이 있다. 소통에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내용'이 있어야 한다. 필자가 대학 시절 영어학원에서 만난 사장님이 있었다. 초등학교도 나오지 않은 그 분은 수업 후 선생님에게 더듬거리며 "I, You, Copi(coffee), Buy, OK?" 하곤 했다. 물론 그때마다 영어선생님은 흔쾌히 "Yes, Why not?"으로 대꾸했다. 덕분에 우리도 늘 커피를 얻어마셨다. 영어선생님이 알아들은 것은 문장이 아니다. 문장이 아니니까. 상황으로 보아 coffee만 알아들으면 소통은 가능하니까. 대화는 70% 이상의 비언어적 수단과, 30%의 언어적 수단으로 이뤄진다고 한다. 비행기 승무원이 음료수 카트를 밀고 오면서 무슨 말을 한다면, 그건 필시 뭐 마실거냐는 말이다. 간단히 beer 혹은 juice라 하면 된다. 승무원은 또 "What kind of juice do you want?"라 물어보면서 "We have orange and apple juice"라고 할 것이다. 그걸 듣고 apple juice라 해도 늦지 않는다. 처음부터 "I would like to drink apple juice"라 말하고자 한다면 그건 영어가 아니라 센스가 부족한 것이다.

◆ 단어로도 충분하다

아이들에게 긴 문장을 기대하지 말자. 교육부도 강조하는 최소한의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주기 원한다면 단어로도 충분하다. 완전문장(full sentence)에 대한 집착을 과감히 버리자. 언어습득 단계를 보면 6개월 앞뒤의 옹알이를 지나 한 살 무렵부터 한 단어 단계를 거친다. "Milk"란 한 단어로 아이와 엄마는 완벽하게 소통한다. 어떻게. 아이는 목적이 분명하고, 엄마는 온 신경을 집중해 아이의 말을 해석하기 때문이다. 많은 대학생이 외국인과 만났을 때 "Well, um, well…"만 하다 마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다 잊어버리고 키워드만 사용하면 되는데. 엄마 손에 이끌린 어린아이가 가게 앞을 지나며 "Candy!"를 외치는 모습을 보자. 그 말을 못 알아들을 엄마가 있을까. 영어는 부족하지만 소통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초등생에게 너무 많은 발화산출(production)을 기대하는 것은 소통 능력을 저하시킨다.

◆ 구체적 목표를 점검하자

대부분 아이들은 원어민 화자를 접하기 어렵고, 인터넷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 차선책으로 아이들에게 듣고 말하는 연습을 권한다. 영어는 말이다. 눈으로만 익히는 공부는 현장의 벙어리를 만들 수 있다. 오디오.비디오.인터넷 등을 이용해 실제로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소통을 위한 공부인지, 시험을 위한 공부인지, 구별한 후 그에 따른 구체적 목표를 정해야 한다. 초등학생들이 그저 좋다는 학원, 유명한 학원으로 몰려가 주니어 토익이니, 토플이니 하는데 심각하게 생각해볼 일이다. 목적에 따라 토익.토플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도 없이 '시험이라도 보아두면 나중에 좋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금물이다. 초등학교 4~5년 간의 구체적인 학습방향.목표 등을 면밀하게 검토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장영준 중앙대 영문과 교수 '그램그램 영문법 원정대' 저자

*** 초등생 영어공부 이것만은 꼭

1. (초등 졸업까지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자.

2. 독해 수준(level 1,2,3) 별로 최소 10권씩 읽히자.

3. 영어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게 하자.

4. 하루 30분을 영어에 투자하자.

5. 가능하면 원어민을 접해보게 하자.

6. 영미문화에 대한 상식을 넓혀주자.

7. 좋아하는 팝송을 암기하게 하자.

8. 그림사전을 활용해 단어를 영상 이미지로 암기하게 하자.

9. 말하기, 듣기 자료가 풍부한 인터넷 학습사이트를 활용하자.

10. 영어로 된 인터넷 사이트들을 자주 방문하게 하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