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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인보사도 신장유래세포로 확인,정밀 조사 후 허가취소 여부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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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중앙포토]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케이주.[중앙포토]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 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의 국내 제품도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생산한 제품에 이어 국내 생산 제품에서도 심각한 문제점이 발견된 것이다.

15년만 세포 기원 바뀐 것 美 검사서 확인 #국내 제품도 연골세포 아닌 신장유래세포 #코오롱, “안전성 문제 없어. 이름 바꿔 판매 희망” #식약처, “신장세포 혼입 원인·유해성 규명해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5일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국 유전자 전문 업체에 국내 생산 제품의 세포 성분 분석을 의뢰했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에 인보사의 제조·판매를 중지하라고 정식 행정명령을 내렸다. 현재는 코오롱생명과학 측이 자발적으로 인보사의 제조·판매를 중지한 상황이다.

인보사는 퇴행성 관절 부위 환경을 개선해 통증을 없애고 연골 재생을 돕는 약이다. 사람의 연골세포(HC)와 TGF-β1 유전자를 도입한 형질전환세포(TC)를 3대 1로 섞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하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다. 2017년 식약처의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달 인보사가 연골유래세포가 아닌 신장유래세포로 형질전환세포가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 판매를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이 현지 유전자 전문 업체에 의뢰한 시험을 통해서였다. 제품 개발 15년 만의 일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즉각 판매중단 조치를 결정함과 동시에 국내에서 판매중인 인보사에도 신장유래세포가 포함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업체에 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가 이번에 나왔다.

식약처는 인보사의 주성분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 및 이유 등에 대해 추가로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나아가 미국 코오롱티슈진 등에 직접 찾아가 인보사 제품이 최초 개발단계부터 신장세포였는지 여부 등을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는 국내에서 생산된 인보사 역시 신장유래세포주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동일한 세포주를 배양해 한국과 미국용으로 나눠 가졌기 때문이다.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의 자발적 유통·판매 중단 관련 간담회에서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결과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다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중간에 세포가 바뀐 적이 없고 세포의 ‘명찰만 잘못 달아준 상황’이기에 안전성과 유효성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개발, 임상, 상용화 등을 거치는 동안 성분이나 공정이 바뀌지 않은 만큼 표시사항 변경 후 판매가 재개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회사 측은 11년간 3500여 명의 환자에게 쓰는 동안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판매 재개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의 생각은 다르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바라는 대로 이름만 바꿔 신장유래 형질세포를 인보사의 성분으로 쓰려면 그동안의 실험이 제대로 됐는지, 형질전환세포를 만드는 과정은 명확한지, 추가로 고려할 사항이 있는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본다.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장은 “코오롱생명과학 주장대로 같은 성분이었는데 이름만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부작용이 아예 없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며 “연골세포인 줄 알고 약을 관절에 투여했는데 신장유래세포였으므로 신체에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인보사에 쓰인 신장유래세포가 암 종양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종양원성’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이미 시술받은 환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에 대해 코오롱생명과학 측은 “종양원성은 암이 될 가능성이 아니라 무한대로 증식한다는 의미인데 일부에서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장했다”며 “인보사 형질전환세포의 경우 방사선을 쪼여 종양 발생 위험성을 없앴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방사선 조사에도 불구하고 인보사는 종양 유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철저히 안전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곧 인보사 유해성 여부를 가리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다. 최승진 과장은 “인보사 판매 허가 취소 등의 추가 조치는 조사 결과가 나온 뒤에 추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인보사를 투여한 환자 전체에 대한 특별관리 및 장기추적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 그간 투여환자의 병력 등 관련 자료를 분석하여 연내까지 이상반응을 파악할 계획이다. 투여환자를 위한 전담소통창구도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1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발표한 '인보사케이 판매중단' 관련 자료. 코오롱생과는 2004년과 2019년의 기술 및 규정 차이가 다른 특성 분석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입장이다. [자료 코오롱생명과학]

지난 1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코오롱생명과학이 발표한 '인보사케이 판매중단' 관련 자료. 코오롱생과는 2004년과 2019년의 기술 및 규정 차이가 다른 특성 분석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입장이다. [자료 코오롱생명과학]

한편 식약처는 향후 인보사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유전자 치료제 관리·감독 수준을 높이기로 했다. 첨단바이오법을 개정해 세포 관련 의약품 허가를 받을 때 STR 검사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할 계획이다. STR 검사법은 친자 확인 검사와 같은 최신 유전체 및 유전자 검사법이다. 인보사에 신장유래세포가 있다는 사실은 이 검사로 밝혀졌다. 식약처는 또 유전자치료제의 세포 성분을 제조회사가 주기적으로 점검하도록 GMP(의약품 등의 제조나 품질관리에 관한 규칙)도 개정할 방침이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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