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사건’을 다시 수사 중인 검찰 김학의 수사단이 2013년 경찰 내사 당시 불거진 청와대의 외압 행사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 수사단은 당시 실무 책임자였던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 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경찰 실무 책임자 소환…靑 외압 의혹 조사
검찰 등에 따르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성폭력’ 의혹을 수사 중인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 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은 14일 이세민 전 충북경찰청 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전 차장에 대한 조사는 지난 12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 전 차장은 2013년 3월 김 전 차관 관련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당시 경찰청 수사기획관으로 근무하며 이른바 ‘별장 동영상’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던 수사팀의 실질적인 책임자로 활동했다. 당시 청와대가 외압을 행사해 김 전 차관에 대한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전 차장 등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해 내사를 주도한 경찰 간부들이 부당한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 전 차장은 수사기획관 보직을 맡은 지 4개월여 만인 같은 해 4월, 이성한 경찰청장이 취임한 직후 경찰대 학생지도부장으로 인사 이동했다.
당시 이 전 차장의 상관이었던 김학배 수사국장과 나머지 수사팀 관계자들 역시 모두 인사 조치돼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에 대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징계성 인사 조치’를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전 차장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로 당시 수사 상황을 기록했던 업무수첩을 수사단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상도 반박…“직권남용 여지없어”
이와 관련해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청와대가 김 전 차관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과 민정비서관이던 이중희 변호사가 경찰 수사를 방해해 직권남용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에 수사를 권고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경찰청 수사지휘라인을 부당하게 인사 조치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왜곡했고 ▶국과수에 행정관을 보내 김학의 동영상과 감정 결과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사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곽 의원은 경찰 인사는 민정수석실 소관 업무가 아니라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소지가 없고 국과수 방문도 경찰이 감정 결과를 전달받은 사흘 뒤인 2013년 3월 25일이라 수사 방해 여지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수사단은 이 전 차장을 비롯한 다른 경찰 간부들도 불러 당시 정황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다.
피해 주장 여성 이번 주 소환…‘별장 동영상’도 조사
수사단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 혐의와 성범죄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단은 김 전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 A씨를 조만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A씨는 2013년 검‧경 수사에서 “윤씨가 김 전 차관에게 돈이 든 봉투를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단은 이번 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김 전 차관의 뇌물 및 성범죄 관련 의혹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김기정‧백희연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