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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김정은 72시간 핑퐁, 빅딜과 오지랖 사이 끼인 文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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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월 28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3차 정상회담은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와 함께 제재가 없어질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져오라"고 3차 정상회담 조건을 내건 데 빅딜을 고수한 것이다. 두 정상은 김 위원장의 10일 당 중앙위 연설부터 사흘 연속 공을 넘겼다. 2월 말 하노이 결렬 이후 원점에서 상대가 먼저 양보하길 기다리는 '인내심 게임'으로 들어간 셈이다.

북미 서로 "양보하라" 버티는 인내심 게임, #선물없는 문 대통령, 北 설득 부담 더 커져 #"北, 비핵화 최종 목표와 로드맵 수용하면, #영변 폐기-일부 제재 완화 스몰 딜도 가능"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북·미 두 정상의 핑퐁은 10일 김정은 위원장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된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하며 시작됐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낮 12시(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제재는 유지하길 원한다"며 “3차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지만, 단계별로 진행해야지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다양한 스몰 딜 도 가능하지만, 지금은 빅딜을 논의하고 있고, 빅딜은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이 13일 새벽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12일 연설문에서 “미국이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지만, 적대시 정책(=대북 제재) 철회를 외면하고 있다”며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 정상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우선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게 필요하다”며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13일 오전 8시(13일 오후 9시) 트윗을 통해 직접 “핵무기가 제거돼야, 제재가 사라진다”고 재차 못 박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겠다고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부담만 커졌다. 북미가 결렬된 하노이에서 입장에서 한치도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비핵화 협상이 다시 굴러가도록 설득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을 설득할 카드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개성공단ㆍ금강산관광 재개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다”라며 명시적으로 거부해 이른 시일 안에 남북정상회담이 가능할지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문제는 북미 양국 중 어느 쪽 인내심이 더 크고, 더 길게 버티느냐"라며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핵미사일 시험만 없는 한 성공이라고 주장할 것이며, 북한은 빅딜을 수용하느냐, 과거처럼 도발을 통해 양보를 요구하는 패턴으로 돌아가느냐 양자택일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오지랖넓은 중재자 행세를 한다'고 의도적으로 직접 비난한 상황에서 뭔가 다른 선물 없이 남북정상회담 요청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워싱턴에선 북한이 미국의 비핵화 최종 목표와 로드맵을 수용한다면 영변 폐기와 일부 제재 완화라는 ‘스몰 딜’의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 이후 우리 정부의 '포괄적 합의-단계적 이행'이란 중재안과 비슷하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빅딜의 맥락에서 벗어난 스몰 딜은 불가능하고, 스몰 딜을 통한 이행없이는 빅딜은 무의미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빅딜이란 맥락 속에서 스몰 딜이 가능하다’고 문 대통령이 바라던 답을 준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한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문제를 논의할 건가"라는 질문에 "오늘의 가장 중요한 주제"라며 "우리는 그것(로드맵)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클링너 연구원도 “북한이 최소한 원칙이라도 유엔의 비핵화 정의에 따라 핵무기고를 포기하는 데 합의하는 좀 더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3차 정상회담을 열기에 충분할 수 있고, 스몰 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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