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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재테크]20대 투자 첫발은 ETF? 40분 만에 날린 500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상장지수펀드(ETF, Exchange Traded Fund)를 처음 접한 곳은 유튜브였다. ‘20대 재테크 꿀팁’ 따위 제목을 단 짧은 영상은 ETF 가입을 강하게 권유하고 있었다. 조회 수가 10만이 넘었다. ETF가 뭐기에? 투자 첫걸음으로 주목받는다는 ETF에 직접 가입해보기로 했다.

일단 주식 투자를 하려면 증권계좌를 만들어야 한다. 증권계좌는 증권사 또는 은행 창구에서 만들 수 있지만, 최근엔 비대면 계좌 개설이 대세다. 편리함에 더해 증권사마다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에게 수수료 감면, 캐시백 제공 등 이벤트를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서 발간한 ETF 사용설명서 책자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캡처]

한국거래소에서 발간한 ETF 사용설명서 책자 [한국거래소 홈페이지 캡처]

‘비대면 계좌’, 2만원 먹고 시작하는 꿀팁

기자는 2025년까지 주식거래수수료를 무료로 해주고, 증권계좌를 개설하면 1만원을 현금으로 주는 미래에셋대우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이벤트 기간(4월 30일까지) 동안 10만 원 이상 국내 주식 거래를 하면 1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고 했다.

증권사를 결정하고 나면 계좌 개설은 식은 죽 먹기다. 애플리케이션 장터에서 ‘비대면계좌 개설’을 검색하니 증권사별 계좌개설 앱이 나왔다. 신분증만 챙기면 5분 만에 발급 끝이다. 너무 순조로운 진행에 방심했던 걸까. 일회용 비밀번호(OTP) 서비스에 미동의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오프라인용 ‘보안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증권사 영업점을 찾아가야 했다. 비대면 계좌를 만들고서도 증권사 창구에서 직원을 대면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리버스? 인버스? 400개의 선택지

이제 투자를 할 차례. 증권계좌에 30만 원을 넣고 본격적인 상품 선별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TF 상품은 무려 422개였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펀드다모아’에서 ETF별 수익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레버리지, 인버스, 해외주식, 파생주식이 수익률이 높았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인버스는 증시 흐름과 반대로 이익을 얻는 상품이고, 레버리지는 증시 흐름 2배 효과를 얻는 상품이다. 증시가 1% 상승하면 인버스는 1% 손해를 보고, 레버리지는 2% 이득을 보는 식이다. ‘인버스와 레버리지 ETF는 장기 투자에 맞지 않는다’는 금융감독원 안내지침을 참고해 이런 상품은 피하기로 했다.

환율에 따라 수익률 영향받는 해외주식 ETF나, 리스크가 높은 파생상품ETF도 주식 초보자에게 맞진 않아 보였다. “4차 산업혁명이나 헬스케어처럼 장기적으로 볼 때 오를 수밖에 없는 종목을 택하면 후회가 없다”는 전문가 조언을 듣고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시장 상황에 어두운 초보자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앞섰다.

결국 증시를 가장 충실히 반영하는 코스피200 지수 ETF를 택하기로 했다. KODEX(삼성자산운용)나 KBSTAR(KB자산운용) 등 자산운용사별로 ETF 상품을 운용하는데, 같은 코스피200 상품이라면 포트폴리오 구성에 큰 차이가 없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TF 구매 후 일희일비는 금물  

11일 오전 10시 22분. 주당 2만 9205원에 TIGER200 10주를 매수했다.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앱에 접속해 '주식주문'을 클릭하고 계좌 비밀번호와 수량만 입력하면 끝이었다. 주식 매수 단가는 자동으로 입력됐다. 거래량이 많은 ETF답게 매수주문을 넣은 지 1분도 안 돼 '거래 완료' 창이 떴다. 한 한국거래소 직원은 매매가 쉽단 점에서 코스피200 ETF를 "역세권 아파트"에 비유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때면 언제든지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단 뜻이었다.

 12일 오후 4시경 확인한 기자의 주식 잔고.

12일 오후 4시경 확인한 기자의 주식 잔고.

첫 주식 구매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비보가 전해졌다. HTS 앱을 보니 40분 만에 2만9155원으로 주가 하락하면서 500원 손실이 나 있었다. ‘손절매(손해를 줄이기 위해 구매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파는 것)’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전문가들은 사고팔기 쉬운 게 ETF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한다. 즉흥적으로 판단하는 개인 투자자가 ETF를 시시때때로 사고팔면 가만히 둔 것보다도 오히려 수익률이 더 빠질 수도 있단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라는 전문가들의 말을 되새기며 휴대전화에서 HTS 앱을 삭제했다. 이제 남은 건 한국 증시의 건투를 비는 일뿐이다.

용어사전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의 평균수익을 쫓아가기 위해 목표로하는 지수(기초지수)의 움직임을 그대로 추적하도록 설계된 인덱스펀드. 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금융투자상품이다.

신혜연 금융팀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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