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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연예인 범죄에 '달라진 팬덤'…퇴출 성명에 공정수사 촉구까지 '여론주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성관계 불법촬영 및 동영상 유포 혐의로 구속된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의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로이킴(왼쪽)과 에디킴(오른쪽). [일간스포츠]

성관계 불법촬영 및 동영상 유포 혐의로 구속된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의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로이킴(왼쪽)과 에디킴(오른쪽). [일간스포츠]

"더는 로이킴의 활동을 수용하고 소비할 수 없습니다."

지난 4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로이킴 갤러리'에 올라온 성명서다. 로이킴의 팬임을 주장하는 이들은 음란물 유포 혐의를 받고 있는 로이킴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며 소속사인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에 그의 퇴출을 촉구했다. 과거에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일탈 및 범죄에 대해 무조건적으로 옹호했다면, 최근의 팬덤 문화는 이처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잇따른 연예인들의 성매매 알선 및 횡령, 성폭력, 마약 등의 굵직한 범죄 속에서 팬들이 스타의 퇴출을 직접 요구하거나 경찰의 공정수사를 촉구하는 등 비판여론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버닝썬 게이트' 최종훈ㆍ'음란물 유포' 로이킴에 퇴출 촉구  

앞서 강남의 유명클럽 내 마약성범죄 및 경찰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진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유명 그룹 FT아일랜드의 최종훈(29)씨가 이에 연루됐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FT아일랜드의 팬들은 최씨를 옹호하지 않고 그의 퇴출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디시인사이드 FT아일랜드 갤러리에는 지난달 14일 최씨의 팀 탈퇴를 요구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다섯 멤버를 모두 지지하고 응원해왔으나 불법촬영과 음주운전 보도무마 청탁 등의 이유로 최종훈의 퇴출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소속사가 발표한 공식 입장에는 성접대 의혹에 대한 공식입장만 있을 뿐 불법 촬영 등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없었고 당사자인 최종훈은 여전히 침묵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4일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로이킴 갤러리에 올라온 팬들의 퇴출 성명서. [디시인사이드 캡처]

지난 4일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로이킴 갤러리에 올라온 팬들의 퇴출 성명서. [디시인사이드 캡처]

성관계 불법촬영 및 유포 혐의로 구속된 가수 겸 방송인 정준영(30)씨의 단체 카카오톡방에서 음란물을 유포한 혐의로 입건된 로이킴(26ㆍ본명 김상우)의 팬들이 로이킴의 퇴출을 요구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며 "위법 여부는 경찰 수사로 밝혀지겠지만, 팬덤 대다수 구성원이 여성인 상황에서 더는 로이킴의 활동을 수용하고 소비할 수 없다"고 밝혔다. 로이킴이 불법 촬영물이 아닌 음란물을 올린 만큼 경범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동정 여론도 나오는 상황에서 팬들이 대중보다도 더욱 엄격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는 분석이다.

◇진실공방에는 경찰에 '공정 수사' 촉구하기도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 황하나(31)씨가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 A씨의 권유로 마약을 투약했다고 진술하면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동방신기 출신의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씨에 대해서는 팬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경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1일 박씨의 일부 팬들은 지지성명을 발표하며 "여전히 팬들은 그를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자 지지 성명을 발표한다"며 "박유천 개인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지 않길 바라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공정 수사가 이뤄질 수 있기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박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입건되자 일부 팬들이 "팬들이 모두 같은 의견인 건 아닐 텐데 이런 성명서는 시기상조"라며 부정적 의견을 보이면서 수사기관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침착하게 결과를 기다리자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 "옹호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

팬덤(fandom)은 본래 '광신자'와 '나라'를 뜻하는 영어의 합성어로, 특정한 연예인을 광적으로 좋아하며 따르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에 대해 도덕적으로 엄중한 잣대를 들이대는 문화가 확산하면서 더이상 '팬덤'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합리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일탈 및 범죄에 대해서도 무조건적인 지지를 했으나, 이런 태도가 사회적으로 비판받으면서 옹호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겼다"며 "아무리 선망의 대상인 스타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사회적 일탈에 대해서는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합의가 도출됐고, 자신의 생각을 인터넷에 공유하는 것이 보편적인 팬덤 문화속에서 같은 목소리로 스타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팬들의 동향이 화제가 되고 미디어에 노출되다 보니 대중들 사이에서는 '오죽하면 팬들도 등을 돌리냐'는 인식이 퍼지면서 해당 연예인에 대한 전반적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며 "바람직한 팬덤 문화의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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